[물금고등학교 야구부 강승영 감독 인터뷰]
"열악한 환경, 선수들에게 항상 미안해"
10점차 대역전, 부모님들 응원에 힘입어
강팀·명문 되려면 환경개선과 투자 필요
부영그룹 창업주, 숙소 제공 구두 약속
"다음 대회 결승전 진출과 우승 욕심나"

강승영 감독
강승영 감독

 

물금고등학교 야구부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2015년 창단 이후 8년 만에 일궈낸 눈부신 성과이다.
물금고는 16강에서 마산고에 10점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보여줬다. 당시 선수들은 서울까지 동행한 부모님들을 위해 힘을 냈으며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시 시작해 보자고 주문했다.
이 승리를 바탕으로 우승 후보 충암고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연이어 이변을 일으키면서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세간에서는 이 팀을 '기적'의 물금고라 불렀다.
양산시를 드높인 물금고 선수들의 선전에 시는 떠들썩했고 결승전은 400여명의 시민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아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나는 훈련을 해온 모습이 있다.
강승영 감독과 코치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환경에서 준우승을 달성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범어 야구장 잔디는 축구장에서 버려진 인조 잔디로 조성돼 울퉁불퉁하다. 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불규칙 바운드 등에 의한 부상 위험을 안고 있으며 잡초도 직접 뽑아가면서 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악한 환경의 물금고에 감명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는 숙소 제공을 약속했고,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은 1천만원을 후원했다.
물금고 야구부 창단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강 감독은 이번 성적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물금고가 야구 명문·강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환경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승영 감독 인터뷰

▶첫 전국대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는데 소감 한 말씀.
시장님과 지자체의 도움으로 시작한 물금고 야구부가 8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국대회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앞서 짧은 8년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감독으로서는 긴 시간이었으며 성적을 내기 위한 부담감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팀의 대회 목표는 8강 정도였는데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과 무더운 날씨를 극복하고 값진 결과를 만들어 내어 자랑스럽습니다.

뿐만 아니라 항상 선수들과의 소통 등을 통해 능력을 끌어낸 코치님들과 이러한 지도를 군말 없이 믿고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 그리고 시민분들께서 저희 팀을 열렬히 응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강팀 마산고와의 경기에서 10점 차를 뒤집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당시 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마산고와는 주말 경기에서도 간혹 맞붙은 적 있는데 이렇게 큰 점수 차가 난 적이 없어 선수 뿐만 아니라 저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사실 콜드게임에 놓였던 상황인 만큼 탈락이 눈앞에 있었던 거죠.

당시 선수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응원을 위해 서울까지 동행한 부모님들을 보고 마음을 다시 추슬렀습니다.

또 팀은 이대로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양산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의지와 열의를 바탕으로 응집력이 생겼었습니다.

저는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다시 시작해 보자" 주문했고, 그 마음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돼 대역전극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마산고와의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나 코치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당시를 떠올려 보면 결승전보다 더한 기쁨을 누렸던 것 같습니다.
8강전 상대는 우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승 후보 충암고였지만, 10점 참도 극복했는데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충암고와 경기상고를 8강과 4강에서 꺾었다고 생각됩니다.

▶결승전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
득점권에 주자를 많이 내보내며 좋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끝내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습니다. 동점과 역전까지 가능했던 경기 내용이었으나 만회 득점이 늦었던 것 같습니다.

16강에서 10점 차를 극복한 것처럼 고교야구는 분위기를 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추격이 늦은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분명 우리 팀이 상대보다 많은 안타, 볼넷 등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더 보냈지만, 야구는 결실을 맺어야 하기에 그것 또한 저희들의 실력입니다. 저희 팀도 8강, 4강전에서 운이 작용했던 적도 있었고요. 그리고 선발투수 배강현 선수도 결승전에서 제 예상보다 너무나 잘 던져줬습니다. 사실 더 많은 점수를 내줄 것까지 각오했지만 5회부터는 완전히 상대를 틀어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주위 반응과 변화는?
후원 쪽으로는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님이 열악한 환경 속에 결승까지 진출한 것에 감명받고 1천만원을 기부해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후원금은 열악한 저희 야구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께서는 물금고 야구부 숙소를 제공하기로 구두 약속했습니다.

현재 숙소가 없어 아파트 월세를 얻어 숙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양산시로부터 지원받는 금액 상당 부분을 이곳에 지출한다는 점입니다. 지원보조금으로는 선수 훈련 및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데 말이죠.

숙소가 제공된다면 이러한 지출을 막고 야구부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야구 부분에서는 입학 테스트를 위해 하루 7명이 방문할 정도로 물금고 야구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금고에서 야구하고 싶어 하는 선수를 확보하고 육성시키기 위해서라도 환경개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열악해 저와 코치진들은 눈물 날 정도로 선수들에게 미안합니다.
소위 환경이 잘 갖춰진 야구부는 숙소, 야구장, 웨이트장 등이 교내에 있는 반면, 물금고는 선수에게 중요한 시설이 모두 분리돼 있습니다. 선수들은 임시로 구입한 버스를 타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거쳐 항상 경기장을 왕래합니다. 이러한 점은 분명 컨디션에 악영향을 끼칠 겁니다.

특히 주로 훈련하는 범어 야구장 잔디는 축구 구장에서 부상 위험 때문에 폐기된 인조 잔디를 가져다가 사용해 지면이 울퉁불퉁합니다. 이 구장은 바운드가 불규칙해 부상 위험이 따르고 걸려넘어질 수도 있어 사실 야구시설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입니다.

또 황산공원의 강민호 야구장 등 오래된 구장은 9년 동안 개선사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노후화된 상태이고, 종합운동장 등은 다음팀에게 시간을 양도해 순조로운 훈련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경기장 조성은 저희뿐만 아니라 원동중, 사회인 야구부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보수 및 개선이 필요합니다.
 

▶환경 때문에 인재 육성 어려움과 유출이 있을 것 같다.
야구부 학부모님들에게 야구장은 곧 교실입니다. 학부모님들은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시설을 가장 많이 봅니다. 이는 선수 확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고 팀과 선수 개인의 성적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환경이 좋아진다면 인재 선수 확보와 함께 넓은 선수 풀도 갖출수 있고 이러한 부분을 통해 다른 선수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됩니다. 지금처럼 최악의 환경으로 인한 안타까운 부상 위험도 방지할 수 있고요.

별도로 우수선수 포섭을 위한 '우수선수 장학금 제도'도 필요하다 생각되며 이를 위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처럼 기적, 이변이라는 수식어를 떨쳐내고 강팀·명문 물금고 야구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환경개선이 가장 시급합니다.
 

▶앞으로의 물금고 야구부는?
장기적으로는 매년 4강, 8강에 들어갈 수 있는 꾸준한 팀을 만들어 지역의 강팀·명문 학교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 청룡기 대회에서 저학년 비중이 60% 정도인 만큼 내년에도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게 말처럼 잘 되진 않겠지만 잘 준비하여 내년에는 결승전 진출을 넘어 우승을 욕심내고 싶습니다.또 가까운 봉황대기는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전국체전은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코치진들은 우리 선수들이 운동만 잘하기보다는 예의범절도 바른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예의라는 건 야구선수라서 익혀야 할 부분이 아닐뿐더러 앞으로 이곳을 떠나 팬들을 맞이할 수도 있고 행동에 모범이 되어야 할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죠. 그래서 훈련 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에게 예의범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배강현 선수 인터뷰

▶결승전에서 4회까지 4실점 했지만, 5회부터 마지막 이닝까지 완벽한 피칭을 보였다.
적당히 긴장해야 했었는데 되레 1회 때 긴장이 풀려서 상대 타자에게 공략당했던 것 같습니다. 5회부터는 상대 타자가 파악돼 원하는 피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했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왜소하고 키도 작았는데 팔꿈치 수술까지 했습니다. 복귀하고 나니 키도 크고 팔도 아파서 내야에서의 움직임이 힘들어 야구가 잘 안됐습니다.
이대로 포기하기 싫어서 마지막으로 투수 전향에 대해 아버지와 함께 의논하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감독님께서 만들어 주신 연습경기에서 저의 투구가 만족스러워 투수로 전향하게 됐습니다.

▶선수로서 목표는?
겨울 리그 때 최고 구속 145km 기록한 적 있습니다. 야구선수로서의 목표는 구속 150km를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고 꼭 이뤄내고 싶습니다. 현재는 몸이 부족한 것 같아 근육량을 늘리고 있으며 저 스스로도 구속이 향상되고 발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배강현 선수도 환경개선을 절실히 느끼는지?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잔디 개선이 가장 시급합니다. 잔디가 울퉁불퉁해 높낮이가 차이가 나고 인조 잔디 사이에 틈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공이 불규칙하게 튀어 얼굴 등 부상 위험이 따릅니다.

또 플라이(뜬공) 볼을 잡기 위한 시선은 땅이 아닌 하늘을 향해 있어 울퉁불퉁한 잔디에 걸려 넘어져 발목 염좌 부상도 당합니다. 이외에도 모든 플레이에 있어서 위험이 따릅니다. 그리고 야구장 내의 풀이 자라면 선수들이 직접 뽑습니다. 외곽은 학부모님들이 제초 작업을 합니다.

▶졸업을 앞둔 3학년으로서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은?
1·2학년 후배들이 우리보다 더 잘해서 물금고를 명문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에 저는 그런 물금고를 자랑스럽게,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물금고 야구부 3학년(두 번째 줄 가운데 배강현 선수)
물금고 야구부 3학년(두 번째 줄 가운데 배강현 선수)
훈련전 팀미팅을 갖는 물금고 야구부
훈련전 팀미팅을 갖는 물금고 야구부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