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대구 중구 배봉동 김광석길
② 서울 청계천 거리
③ 부산 해운대
④ 양산 구도심

본지는 급격한 신도시화로 구도심의 상대적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는  구도심의 재생을 위해 성공한 구도심 재생의 사례를 현장 취재하고 양산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봤다. 첫 순서로 대구광역시 중구 배봉동 소재 김광석길을 기획취재했다.  편집자 주

김광석길에 걸린 김광석 벽화.

대구광역시 중구 배봉동에 가수 김광석(金光石)길이 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난 신천 둑길을 따라 약 350m 길이에 조성된 김광석 길에는 시인 정훈교 詩 10편을 비롯하여,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주제로 한 다양한 벽화와 작품들이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모범 사례로 언급 되고 있다.  

◆ 가수 김광석길과 방천시장

▶가수 김광석길(김광석 다시 그리기)

김광석 골목길 상점과 연결된 사잇길에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09년 대구 중구청이 전통시장 살기 일환으로 방천시장활성화사업을 시작하면서 김광석길을 조성했다. 가수 김광석, 그는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에서 태어나 5살 때쯤 서울로 이사갔다. 

어릴 적 김광석이 이 거리 어디쯤에선가 뛰어 놀았을 상상을 해본다. 그에게 이 공간은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김광석의 혼이 담긴 그 노래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김광석길의 주제인 김광석 다시 그리기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다. 그리다의 두가지 뜻이 담겨 있는 우리시대의 영원한 가객 김광석을 켄텐츠로한 창작의 거리다.

특히 김광석길 입구에 설치된 기타치는 김광석 동상(입상)은, 다른 동상과는 달리 겉표면이 거치게 제작해 실제 살아있는 감성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광석은 슬픔을 노래하되 통속적이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되 상품적이 않았다. 스스로 지은 시를 가사로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때로는 잔술의 안주로 또 때로는 터진 가슴에 기꺼이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던 그가 살던 골목, 언젠가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꼭 살펴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와 같은 공간에 숨 쉬고 있을 때에는 그를 알지 못했고 그가 떠난 후에야 그를 알게 된 팬의 입장에서다. 대구광역시 중구 배봉동 신천 둑길을 따라 만들어진 김광석길, 특정구간을 대중음악인의 이름을 따고 그주제로 하여 예술작품으로 조성한 전국 최초이며 유일한 사례이다.

살아생전 김광석을 기타 하나 목소리 하나에 혼을 담아 그어떤 악기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여 음악에 생명을 불어 넣었듯이 그저 차가운 콘크리트 제방벽이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표현한 작품들로 인해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다.

김광석길은 대구 방천시장과 닿아있다. 2009년, 대구 11팀의 작가들이 가수라는 말보다 '음유시인'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가수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골목 벽마다 김광석과 그의 노래들을 읊혀 놓았다. 

詩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듯한 그의 노래 가사들이 적힌 벽들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감성 여행을 선사한다. 여기에 그의 노래까지 더 해 놓았다.어깨에 기타를 얽어메고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말아주는 김광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김광석이 살아생전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가 더 반갑게 느껴진다. 

곳곳에 자리잡은 갤러리들을 찾아 구경해도 좋고, 김광석길 한켠에 자리한 예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한잔 하는 것도 좋다. 오래된 벽과 가게 간판은 간신히 시간의 끝에 매달려 위태위태한 것 같지만 그래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운치를 더하는 것 같다.

김광석 노래말과 삶을 테마벽화로 장식한 김광석 길에는 벽화(포토존 등) 41점과 조형물 3점, 스피커 13점, 골목방송스튜디오 1개소, 야외공연장 1개소(270석 규모), 음향시설, CCTV, 보안(경관)등, 편의시설, 카페, 상점 63개소가 있다. 

이곳에는 평일에는 보통 5~6천명, 주말과 공·휴일에는 적게는 1만 여명, 많게는 1만5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중 40~50%는 중국등지의 외국 관광객이다. 김광석길을 따라 형성된 즐길거리와 먹러리 가게에서는 특히 야간이면 이들 관광객들로 눈코뜰새가 없다. 

◆ 방천시장

▶ 별이별 별시장 프로젝트   

방천시장은 대구도심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신천과 동서로 달리는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자리잡고 있으며, 신천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 하여 방천시장이라 한다. 

1945년 해방 후 일본, 만주등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방천시장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포항의 죽도시장, 부산의 자갈치시장처럼 방천시장도 해방과 6·25전후를 기점으로 만들어지고 성장했다. 이후 60년대 방천시장은 쌀과 곡식 등 떡전으로 유명세를 탔고, 한때는 점포 수 1000여개가 넘는 대구의 대표 재래시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로 도심공동화와 대형마트, 대형백화점등에 밀려 점점 쇠락해 가던 중 당시 상인회장 신범식(現 중구청 구의원)씨의 노력과 끈질긴 요청으로 2009년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와 '문전성시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중흥을 맞이했다.

김종열 기자가 김광석 동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당시 방천시장은 남도자락에서 올라온 곡물들을 판매했다. 매우 활발한 시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시절의 얘기다. 한때는 대구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손꼽혔지만 지금은 쇠락한 모습을 감출 수 없다. 시끌벅적한 장터의 모습은 다소 흐려진 것 같지만, 김광석길로 인해 여전히 삶의 생동감이 솟아 나고 있다.2009년 김광석길과 더불어 전국의 김광석 팬들과 문화예술가들이 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가장 치열한 시장으로 몰려온 예술이 기운을 북돋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술이 스려져가는 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예술은 시장 구석구석이 예쁜 색색의 벽화로 덧칠되기 시작했고, 더불어 예술가들이 하나 둘 시장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그들이 뿜어내는 활기는 방천시장으로 전해졌고, 그활기가 다시금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되고, 여기에 정부부처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전성시' 사업도 한몫했다.

특히 대구광역시 중구가 2011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코스인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방천시장예술프로젝트인 별이별 별시장 사업(사업비 : 50백만원)을 추진하여, 그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오늘날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이 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침체된 방천시장의 빈 상가를 활용하여 지명도 있는 지역 작가들에게 예술창작공간 제공과 시장환경개선을 시도한 예술가와 상인 일촌 맺기, 시장나들이 마중길 만들기, 주말 야시장 등 13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방송과 언론에 지속적으로 소개되는 등 방천시장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문전성시 프로젝트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에 이어 추진된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대구광역시 중구가 주최하고, (사)한국건축가협회 대구지회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대구광역시가 후원하였다. 시장상인, 예술가상인이 중심이 되어 전통시장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문화예술장터로 새롭게 태어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1단계('09.10~'10.5, 사업비 : 200백만원)로 가판대 디자인 개선, 시장게이트 설치 등 13개 사업을, 2단계('10.6~'11.3, 사업비 : 450백만원)로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조성 등 18개사업을 추진하였으며, 3단계('11.5~'11.12, 사업비 45백만원)에서는 방천시장상인회가 주관이 되어 상인교육, 토요 오! 오시장등 4개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중 2단계 사업추진과정에서 진행된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대구관광의 거점명소가 되어 방천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전성시사업 종료 후 중구는 김광석길의 활성화를 위해 잔여구간 110m에 대한 벽화작업을 마무리하고 쌈지공원조성, 김광석조형물(입상)을 설치하였으며, 2013년에는 김광석길관광활성화사업을 통해 벽화리뉴얼사업, 골목방송국설치, 야외공연장조성, 화장실 신축등으로 방문객편의시설을 보완하고,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 추모행사, 거리콘서트 등의 추진과, 히든싱어프로그램 등 언론의 김광석 조명에 힘입어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특히 2014년에는 벽화리뉴얼사업을 위해 김광석길운영위원회가 구성되고, 주민주도의 '2014방천아트페스티벌'이 개최되는가 하면, 방천시장, 김광석길을 기반으로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등 활발한 문화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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