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방정원을 가다①
지방정원, 2016년부터 본격 시행
경제성·브랜드…지자체 40곳 도전
공원과의 경계 모호…차별화 숙제

삼락생태공원 250만㎡ 하천부지
부산시, 8월 1일 지방정원1호 지정
철새·야생·사람·공유 4개 구역 조성
넓은 부지·접근성·개발제한 등 과제

황산공원 지방정원 사업이 지난 2019년 경남도 투융자심사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남에서는 제1호 지방정원인 거창군 창포원에 이어 제2호 지방정원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산림청으로부터 지방공원 예정지 승인을 받았다. 

나동연 양산시장도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낙동강 황산공원 종합정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황산공원을 2025년까지 경남지방정원으로 등록해 운영하면서 차후 국가정원으로의 승격까지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방정원이란 무엇일까. 아직 대중에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공원이나 식물원, 수목원과도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이에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지방정원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양산시 인근 지자체에 위치한 지방정원을 소개하면서 향후 황산공원 지방정원이 나아갈 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지역이 함께 가꾸는 '지방정원'

지방정원은 한 마디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이다. 지난 2016년 '수목원·정원의 조성과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수목원·정원법)이 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수목원·정원법에 따르면 정원이란 식물, 토석, 조형물을 포함한 시설물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식물을 중심으로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하고 전시와 재배, 가꾸기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우리가 흔히 정원을 생각할 때 이런저런 식물들을 심고 가꾸고 관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에 공원은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휴양과 정서생활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정원과는 궤를 달리 한다.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식물 수집, 보존 등 학술적·산업적 연구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다만 이렇게 개념을 이해해도 실제로 현장을 보면 정원과 공원의 차이점을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용자들에게는 정원이냐 공원이냐는 용어적 차이보다는 어느 쪽이든 도심 속 자연공간이라는 공통점이 가장 와닿기 때문이다. 그래서인 지방정원 실무자들도 지방정원이 공원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하면 다소 난감해 한다.

양산시 관계자는 "경계가 좀 애매하긴 한데 정원은 공원과 비교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가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체험과 참여라는 점이 더 강조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황산공원 지방정원도 초화류를 심고 가꾸는 프로그램이나 시민 정원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편 지방정원 등록 요건은 부지면적이 10만㎡ 이상이어야 하며, 부지면적 중 녹지공간 40% 이상이어야 한다. 또, 주제정원을 갖추고 정원전담조직과 전문관리인을 두고 자체 품질·운영관리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올해 9월 기준 산림청에 등록된 지방정원은 아직 8곳에 불과하다.

국가정원은 정원면적이 30만㎡ 이상이어야 하고, 5종 이상 주제별 정원을 갖춰야 가능하다. 아울러, 정원전담조직과 전문관리인을 두고, 지방정원 등록 이후 3년 이상 지방정원을 운영해야 하며, 산림청 정원품질 및 운영관리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국가정원은 지난 2015년 9월 지정된 제1호 전남 순천만국가정원(92.6만㎡)과 2019년 7월 지정된 제2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83.5만㎡) 등 두 곳이다.

현재 양산시를 비롯해 지자체 40곳 정도가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지방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태환경 보전을 이유로 앞다퉈 지방정원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이익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연간 수십 억원에 이르는 운영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게다가 앞서 지정된 국가정원의 사례가 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개장한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개장 190일만인 지난 10일에 목표인 관람객 8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당초 이번 박람회의 생산유발효과는 1조 5926억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2만5149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7천156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 부산지방정원 제1호 삼락생태공원

양산과 가장 가까운 지방정원은 의외로 부산에 있다. 그것도 가장 최근에 생긴 따끈따끈한 지방정원이다.

부산시는 지난 8월 1일 사상구 삼락동 29-61번지 삼락둔치 일원 250만㎡의 하천부지를 제1호 '부산 낙동강 지방정원'으로 등록·고시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환경부가 소유한 국유지로 부산시민들에게는 '삼락생태공원'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부산시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 14곳의 관계기관과 협의를 완료했다. 또, 지난 6월 지방정원 예정지공고와 부산시 지방정원 등록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침으로써 등록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부산시는 갈대, 습지, 자연녹지 등이 복원된 삼락생태공원의 우수한 자연자원을 활용해 철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정원으로 제1호 부산 낙동강 지방정원을 3년 이상 내실 있게 가꾸고 운영한 다음, 부산 최초이자 국내 최대의 낙동강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 국가정원 전담팀을 신설하고 이 팀에서 제1호 부산 낙동강 지방정원을 전담해 운영하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순천시를 찾아 순천시장과 업무협약을 맺고 낙동강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 순천만국가정원의 주제 정원, 운영방식 등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정책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철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국가정원 기본구상안을 준비해 산림청, 환경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부산 낙동강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 철새 노니는 낙동강 최대 친수공간

사실 삼락생태공원은 낙동강 하구 둔치 중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친수공간이다. 사상구 엄궁동에서부터 사상구 삼락동(강서낙동대교)까지 길이 7.04km이고 면적은 4.89㎢로 평수로 치면 148만평이다. 서울 여의도 1.5배 남짓한 크기에, 이 중 4분의 1이 습지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로 철새를 위한 습지, 철새먹이터를 비롯해 잔디광장, 야생화단지, 자전거도로, 생태 산책코스, 각종 체육시설 등으로 꾸며진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삼락생태공원은 과거 비닐하우스 경작지였던 곳을 1998년 사상구청에서 삼락둔치 상단부 일부에 44만6280㎡ 규모의 운동장을 조성했고, 2006년 부산시 낙동강둔치 재정비사업으로 겨울철새 먹이터로 이용하기 위한 친환경영농원 79만3388㎡, 물놀이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체육시설과 6만6115㎡의 습지를 복원했다. 이후 2009년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영농원은 모두 철거해 철새먹이터, 습지 등으로 복원했고, 일부공간에 계류장을 조성해 향후 수상레저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했다.

삼락생태공원은 애벌레처럼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북쪽에는 갈대와 갯버들이 군락을 이룬 자연 초지가 넓게 자리한다. 가운데에는 야구장·축구장·농구장 등 시민을 위한 체육시설이 있고, 남쪽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다.

봄에는 벚꽃, 여름엔 루드베키아, 가을엔 코스모스 등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방문객을 맞는 공원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6천여 마리도 살고 있다. 이 외에 20여 종의 수생식물로 이루어진 수생식물원과 꽃창포 단지, 물억새 군락지, 연꽃단지, 갈대 체험장, 논 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자연학습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도 실시돼 지역주민들의 문화 향유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7일과 8일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 열려 수많은 관객들이 삼락생태공원을 찾았다.

이렇듯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부산시의 지방정원 지정은 다소 갑작스러운 면도 있다. 보통은 지방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한 뒤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부산시 제1호 지방정원은 그런 과정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국가정원TF팀 김상도 주무관은 "갑자기 한 것은 아니고 지난해부터 용역을 진행했다. 1차 용역이 지방정원 지정에 대한 과업이었고 올해 6월에 준공이 되면서 8월 1일자로 지방정원 지정을 한 것이다. 이제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구상 용역이 올 연말까지 진행 중이다"라며 "다른 지자체처럼 지방정원 조성 사업을 따로 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활용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김 주무관은 "이제 만들어나가는 단계지만 사실 쉽지 않다. 워낙 넓은데다 철새들이 많이 모이는 문화재 지역이라 개발 제한도 상당히 많고 침수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내년에 기본설계를 해서 향후 국가정원 지정까지 틀을 짜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현재 국가정원TF팀이 밝힌 지방정원 계획은 삼락생태공원 중 일부인 250만㎡ 부지에 ▲철새의 정원 ▲야생의 정원 ▲사람의 정원 ▲공유의 정원 등 4개 구역으로 나눠 주제별 특화 정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야생의 정원은 엄궁습지의 원형을 보존하며 삼락둔치의 원시 자연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구역으로, 습지, 생태수로, 갈대군락, 탐방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철새의 정원은 계절별 프로그램으로 철새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교육 및 탐방 구역으로, 철새먹이터정원(사계절정원), 탐조대, 육상탐방로, 수상탐방로 등을 조성하려 한다. 공유의 정원은 삼락둔치의 자연을 사람과 생태가 공유하는 구역으로, 꽃길정원, 강변숲정원, 갯버들정원, 서식지정원, 물억새정원, 갈대정원 등이 마련할 예정이다. 사람의 정원은 시민들의 일상 여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역으로, 물놀이정원, 문화마당, 야간빛정원, 가시연정원, 연꽃정원, 야생화체험정원 등이 있다.

다만 접근성 등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김 주무관은 "거주공간과 떨어진 공단지역이라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16개 주차장을 만들어 놔서 자차를 이용해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육교 등을 통해 3개 지점에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연결해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삼락생태공원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사상 리버프런트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해 200m 길이 보도교를 설치해 걸어올 수 길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실 현재는 정원시설로 볼 수 있을 만한 시설은 거의 없다. 이제부터 리모델링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다른 지자체 지방정원이나 예정지들과는 달리 워낙 넓다"면서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해 자연과 잘 조화시킨 콘텐츠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넓은 부지, 접근성, 개발제한 등 삼락생태공원 내 지방정원이 가진 과제는 여러 모로 황산공원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향후 부산시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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