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홍 선생 손자 이경우 씨
할아버지 서훈 신청 외로운 투쟁
상북 의병항쟁 선양추진위 발족
김병희·김교상 부자 서훈 재추진
경남도, 서훈신청 TF팀 구성
"연말까지 1차 서훈신청 목표"

김병희ㆍ김교상 부자 선앙과 서훈 재추진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김병희ㆍ김교상 부자 선앙과 서훈 재추진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임시정부에서 부의장까지 지내신 분이 아직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집안은 망한다는 게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뭔가 변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대로다."

윤현진 선생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한 백농 이규홍 선생의 손자인 이경우 씨가 전하는 말이다. 오는 15일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지만 조국 광복을 위한 모든 것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처한 현실은 냉랭하기 그지 없다.

1893년 경남 양산군 상북면 대석리에서 태어난 이규홍 선생은 1917년 부산에서 위장 무역업체인 일광상회 경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교류하다가 1919년 상해로 망명해 같은 해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청년단 출판부장을 역임했고, 11월에는 임시정부 학무차장을 지냈다. 1921년 3월부터는 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해 외무총장, 재무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1926년에는 국민대표기성회 위원이 되어 임시정부 내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노력했고, 같은 해 12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부의장(국회 부의장)에 올랐다. 또한 당시 국무령인 '김구'의 추천으로 국무원(장관)에 임명되어 임시정부 약헌 기초위원으로 활동하다 과로로 인해 병을 얻어 귀국했고, 1939년 5월 타계했다.

하지만 1930년 이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중병이었던 결핵에 감염되어 고향에 돌아와 생계유지 차원에서 사업 명의를 대여한 것이 친일 성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경우 씨에 따르면 2011년 박훈탁 위덕대교수를 통해 자료를 국가보훈처에 제출했는데, 가촌 토지주식회사 환영자동차합자회사 사업을 한 것이 친일 행적으로 인정돼 독립유공자 서훈을 할 수 없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 씨는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에 문의를 했더니 이규홍 선생의 조상들은 조선시대 관직에 근무했고 변절 행위를 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사업 문제에 대해서도 이 씨는 "부친께서 재산상속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촌토지주식회사 환영자동차합자회사 등기부에 조부님 이름을 올린 것이라 해명했지만 국가보훈처에서는 답변이 없다"며 한탄했다.

이에 양산시의회는 지난 2019년 6월 백농 이규홍 선생의 항일독립운동 서훈 대정부건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1930년 이후 행적이 불분명하고 생계 유지 차원에서 사업 명의를 대여한 것이 친일 성향이 있었다는 이유로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며 "일제의 침탈에 결연히 항거했던 양산 독립운동가 백농 이규홍 선생의 공적을 잘 헤아려 서훈 심사 시 긍적적인 검토를 해 주시기를 건의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그럼에도 후손인 이경우 씨는 포기하지 않고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을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항일의병운동을 한 서병희 의병장과 김병희·김교상 부자도 서훈을 추진했으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되곤 했다. 상북면 좌삼리 출신인 서병희 의병장은 1907년 11월부터 1909년 12월까지 13회에 걸쳐 의병활동을 수행한 경남 후기 의병을 대표하는 의병장이다. 만석꾼이자 정3품관을 지낸 김병희·김교상 부자는 서병희 의병부대에 군자금을 지원하고 서병희 의병장과 합세해 영남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에 나서 일제에 타격을 입혔다.

광복회 경남지부 동부연합지회(회장 황경숙)는 지난 8일 양산시보훈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상북 상삼리 의병항쟁 추모 선양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이번 발족식은 1908년 6월 26일 일본 육군 보병 제14연대 산하 병력과 김병희, 김교상 부자(父子) 의병장이 이끌던 상삼의병진과의 전투에서 희생된 두 부자(父子) 의병장과 의병 14인을 기리기 위해 결성했다.

이날 총 13명의 위원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상북 상삼리 의병항쟁 전적비 및 위령비 건립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김병희, 김교상 두 의병장에 대한 서훈 또한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두 의병장에 대한 서훈은 2017년, 2020년, 2021년 총 3회 신청됐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추진위원회 황경숙 위원장은 "상북 상삼리 의병항쟁 추모·선양 추진위원회는 1908년 6월 26일 일본 육군 보병 제14연대 산하 병력과 상북면 상삼리에서 활약하던 김병희, 김교상 의병장이 이끌던 상삼리 의병진 40명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 과정에 전사하고 희생당한 김병희, 김교상 의병장 이하 무명 14의병의 고귀한 희생과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출범하게 되었다"며 "추진위원회 발족 의의를 밝히는 한편 상삼리 의병항쟁 현장 성역화를 위한 전적비 및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고, 그간 이뤄내지 못한 상삼리 의병에 대한 서훈 역시 추가 연구와 자료를 보강해서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김병희, 김교상 의병장의 후손인 경주김씨 계림군파 중군공문중의 한 인사는 "김병희, 김교상 두 할아버지께서 의병 활동 중에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업적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이제라도 체계적인 선양·추모 활동이 시작된 것을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 관련 활동 참여는 물론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처럼 후손들이 나서서 조상의 독립운동가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이에 경남도에서 지난 6월 '독립운동가 발굴 및 서훈 신청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 이 TF팀은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을 단장으로 경남 18개 시·군 및 경상남도 기록원, 경남연구원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1년간 경상남도 독립운동사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독립운동가 서훈 신청을 위해 시·군별로 판결문 등 검증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 용역은 양산 45명을 비롯해 18개 시·군에서 1천762명의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

TF팀 운영기간은 내년 6월까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도 관계자는 "6월에 1차 회의 이후 최근까지 증거자료 수집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연말까지 최소한 자료를 수집해 1차 서훈 신청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2차, 3차 등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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