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양산시 덕계북길 35 영화공장

여름이 아직 멀었는데 장마철의 하루처럼 비가 쏟아진다. 긴 휴일의 어느 날 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는 영화를 보는 것이 조금 겁나서 자주 가지 못했다.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영화를 본다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다. 가족을 위한 최적의 영화관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관 앞에 서니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집에 있던 비디오 플레이어로 집 근처 비디오 대여점을 가서 빌려온 비디오테이프를 여러 번 돌려보곤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영화의 제목이 있다.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등 심형래 아저씨가 주인공인 영화들이었고 나는 그것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낄낄거리고 웃었다.

아빠 손을 잡고, 쉬는 날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러 가는 길은 늘 즐겁고 행복했다. 검정 비닐봉지에 아빠가 볼 비디오테이프와 내가 볼 비디오테이프를 가득 담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비디오 대여점 근처 큰 슈퍼에 들러 과자로 가득한 검정 봉지를 하나 더 들고 집에 올 때는 날아갈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을 가서 본 영화가 아직도 기억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때 친구들은 영화관을 처음 왔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나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자신감이 꿈틀꿈틀했다. 친구들에게 촌스럽다며 잘난체하곤 했다.

어딜 가든 나를 데리고 다니는 아빠 덕분에 나는 영화관도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기억으로 처음 본 영화는 디즈니에서 만든 알라딘이었고 라이언킹, 뮬란, 나 홀로 집에 시리즈 등등 어릴 때부터 아빠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참 잘도 다닌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그때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음악을 기억한다. 아빠는 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오면 엄마가 아닌 나와 함께 극장을 찾곤 했다. 나는 그렇게 자연스레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독립을 하면서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남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좋았던 나는 영화는 남자 친구 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어느덧 자리 잡았고 한동안 아빠와 영화관을 가지 못했다.

문득 오늘 영화관에 아빠와 함께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안하고 아련함이 머릿속을 맴돈다. 곧 다시 와야겠다. 어릴 때처럼 아빠 영화 보러 가자. 하고 전화해야겠다.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를 함께 봐줄 딸이 있는데도 함께 가자고 하지 못하는 아빠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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