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픈채팅: 어반스케쳐스양산 검색)

나의 30대는 일에 파묻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업무는 능력에 비하여 과분하였고 또 언제나 쌓여있었다. 업계에서 인정받아야 했고, 그러려면 (학교에서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는 회사 일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들에 대해) 공부도 해야 했다. "남들 잘 때 공부하자"라는 그 당시 나의 모토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마음으로 공부했다면 인생이 또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달려가던 중 쉬어가라는 신호였는지 몸 안에 생긴 염증으로 큰 수술을 하였다. 그때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생각의 귀결점은 '지금 나는 행복한가?'였다.

현재 나는 "어반스케쳐스양산"이라는 그림 동호회에 다니고 있다. "목요드로잉"이라는 이름으로 목요일마다 야외에서 모임을 하면서, 양산의 명소뿐만 아니라 잘 알지 못했던 작은 마을 또는 예쁜 카페를 다니며 그날의 풍경을 스케치북에 담고 있다. 주부, 학교 선생님, 직업전선에서 은퇴하신 분, 놀이 교사, 자영업자 등등 다양한 분들이 있다. 누군가는 육아로 인한 지친 심신을 와서 달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은퇴 후 쉼표가 있는 삶에 하루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바쁜 일정에도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제는 친한 친구들보다 더 자주 보는 회원들이라 정도 많이 들었고, 양산을 알아가는 것만큼 회원들 한명 한명도 알아가고 있다.

오전에 모이면 한 주간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거나, 새로 산 화구들을 자랑하기도 하며 왁자지껄하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모두 그림에 몰두한다. 미술 전공자들도 아니지만 그릴 때만큼은 화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주 진지하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하얀 스케치북에 우리는 일상을 담는다. 그날의 바람, 햇볕, 향기를 느끼면서….

2시간 남짓하여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린 후 한 데 모인다. 성격이 하나하나 다르듯 같은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그림은 모두 제각각이라 신기하고 재미나다. 작품감상도 잠시, 우리는 '오늘도 나의 창작물을 완성했구나.' 하면서 뿌듯함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널브러진 화구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챙긴다. 그리고 각자는 다시 원래 자신이 있던 위치로 돌아간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직원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대로 행복한가에 대한 정답은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을 통해 힐링하였고, 삶의 활력이 되었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사회적인 나를 내려놓고 온전한 내가 된다. 서열 없는 동등한 입장에서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어반스케쳐스 양산에 행복이 필요한 더 많은 양산 시민이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 나는 또 다음 주 목요드로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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