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고등학교 축구부 김기남 감독 인터뷰]
"큰 투자보다 숙소 이전 등 환경개선 시급"
열악한 숙소에 학부모 입단 철회 빈번해
"원룸 숙소 생활, 선수들에게 늘 미안해"
첫 경기 0대6 대패, 오히려 보약으로 작용
"범어고,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임하겠다"

김기남 범어고 축구부 감독
김기남 범어고 축구부 감독

물금고 야구부에 이어 범어고 축구부도 창단 처음으로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일궈내 양산시는 겹경사를 맞았다.

범어고는 청룡기 첫 경기부터 0대6으로 대패하며 곧바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김기남 감독은 큰 점수 차로 패배했지만, 선수들의 기량은 문제가 없었다고 확신했다. 선수들에게 이러한 점을 전하여 흔들린 멘탈을 추슬렀다. 3학년 선수들도 감독과 같이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았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후 경기에서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결승까지 도달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창단부터 팀을 이끈 김기남 감독은 준우승을 이뤄낸 지금이 범어고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투자보다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기남 감독 인터뷰

▶먼저 창단 첫 전국대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국대회 결승 진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직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특히 부산·경남의 많은 축구팀 중 이번 대회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점에서는 자부심도 느끼고요.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선수들의 기량과 투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학부모님들과 학교 측의 많은 애정, 그리고 양산시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이루어 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저는 코치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범어고 축구부 코치진들은 스포트라이트 뒷면에서 늘 솔선수범하고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모두 쏟아붓고 있어 늘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들도 없었다면 이번 영광도 없었을 겁니다.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0대6으로 크게 패배해 곧바로 탈락 위기에 놓였었는데, 패배 이후 어떻게 극복했는지?
첫 경기 상대이자 결승 상대인 서해고는 우승권에 있는 팀에 머무는 좋은 팀이지만, 저희 팀도 무학기 대회와 경남 리그에서 좋은 활약으로 왕중왕전까지 진출했던 만큼 자신감이 있었습니다.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돌입했는데 전반전 3분 만에 두골을 헌납했습니다. 이른 시간의 실점에 선수들은 멘탈이 무너졌고 결국 0대6이라는 참사가 나왔습니다.

첫 경기 당시 저희 선수들의 폼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이 0대6으로 무너질 실력이 아니라고 저는 확신했고 이러한 부분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복수하자고 동기부여도 심어줬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탈락이 확실시됐던 상황이었습니다.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극복하고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한 아르헨티나를 빗대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저희 팀도 두 번째 경기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지면 예선탈락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요.
그래서 그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줬습니다. 오히려 2경기부터 팀은 첫 경기를 만회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뛰고 조직력도 끌어올리면서 정신력도 재무장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첫 경기 대패는 보약이 되었던 거죠.

▶정말로 서해고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리고 경기를 압도했지만 끝내 복수에는 실패해 더욱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역지사지라고 저는 항상 상대편에 서서 생각을 많이 하는데, 결승을 앞두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떠올려 보니 첫 대결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승부를 띄우겠다고 예측됐습니다.
다행히 예상이 적중해 초반에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중후반부터 우리의 페이스를 잡기 위한 경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분명 저희 팀이 경기를 주도하긴 했지만,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아쉽지만 상대가 저희보다 그러한 부분을 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준우승 이후 팀 내외로 변화가 생겼는지?
양산시와 양산시축구협회에서 축구부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에 비해 범어고 축구부는 환경요건이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우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전국에서 상대하고 있는 대부분 축구팀에 비하면 초라한 환경입니다.
가까운 경남의 남해, 고성, 합천군의 인구는 5만 명 미만이고 도시 규모도 양산시보다 작지만, 축구와 관련한 투자가 너무나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번은 테스트를 보러 온 학부모가 숙소 등 훈련 환경을 보고 입단 의사를 철회한 적이 있었습니다. 양산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지만, 축구부 자녀를 둔 양산의 많은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양산이 아닌 타지자체로 진학을 결정합니다.

준우승 이후 많은 학생이 입단 테스트 문의를 합니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것처럼 지금 이 시기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과가 한 여름밤의 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큰 투자보다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환경개선이 필요합니다.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환경개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소년들은 훈련량과 환경이 실력향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지원 문제보다는 잘못된 환경 세팅을 바로 잡는 것이 시급합니다. 훈련장, 숙소, 식당, 웨이트장이 한 세트로 한데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가장 큰 문제인 숙소만 해결되어도 크게 개선됩니다.

유소년 선수들은 성장기이다 보니 숙식 제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재 숙소는 오봉산 중턱에 있는 원룸을 이용하고 있으며 주 훈련장인 디자인 공원과 거리는 차량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이 환경으로부터 생기는 문제점은 많고 치명적입니다.
먼저 전술이나 훈련 등에 대해 저와 코치진들이 영감이 떠오르면 운동장에서 바로 테스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스 수용인원도 한정적이다 보니 숙소 이동도 몇차례 나누어 이동해 에너지 낭비가 큰 실정입니다.
또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다 보니 지출도 많고 영양 섭취도 걱정이 됩니다. 이러한 점은 학부모님들에게 안 그래도 많은 부담을 더 가중하고 있죠.

웨이트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시설이 전무하다 보니 선수들이 새벽에 택시를 타고 헬스장에 가서 개별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성인 선수들도 근육 발달 부위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과 부상 빈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민감한 부분인데 혼자서 불규칙하게 하고 있는 셈이죠.

팀 창단 당시에 이 부분만큼은 간곡히 부탁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가 갈수록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란 느낌이 들어 선수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청룡기대회 전이지만 양산시체육회로부터 받은 범어고 축구부 전용 버스가 생겨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과 코치진, 학부모 모두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번 청룡기 전까지 대회 주차장에는 수십 개의 팀 중 양산 범어고만 버스가 아닌 승합차 두 대였는데 말이죠. 전용 버스는 준우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분명히 줬습니다.

▶앞으로의 범어고 축구부는?
앞서 말한 환경을 비추어 봤을 때 범어고의 청룡기 준우승은 기적이라 불리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저의 목표는 범어고가 결승전에 진출했을 때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오른 강팀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희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임하고 있습니다. 다음 청룡기 대회에서도 마찬가지고요.
8월에 열리는 왕중왕전에서는 마찬가지로 우승을 목표로 하되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지켜 볼 수 있는 검증의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설렘도 느껴지며 이 대회에서 여한 없이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또 축구는 팀 스포츠이다 보니 팀워크가 중요한데 인성이 올바르지 못하면 팀원과 융화되지 못해 재능이 있어도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제가 아끼는 제자들의 대성과 훌륭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예의범절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시민분들께서 이번 대회 저희 팀 응원도 많이 하시고 자랑스러웠다는 말도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은 저희의 노력과 성적으로부터 나오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양산을 드높이는 범어고 축구부가 되겠습니다.

■김도영(주장) 선수 인터뷰

▶첫 경기 대패 이후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어떤 코멘트를 했는지?
 1차전 크게 졌지만 사실 이길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러한 부분을 선수들에게 전하면서 결승에서 복수를 하자고 결의를 다지자 했습니다.

▶주장이자 수비수라 후방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지시를 내렸을 텐데.
첫 경기를 크게 패배해 예선전부터 정신·신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특히 결승전 전까지의 토너먼트 경기는 전부 타이트한 경기 흐름이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매 경기 날씨가 덥다 보니 후방에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잘 보였습니다. 선수들은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저의 외침을 잘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본인의 장점과 롤모델은?
저의 장점은 킥력과 피지컬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센터백으로 뛰고 있지만 원래 주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라 저의 롤모델은 기성용 선수입니다. 저도 기성용 선수처럼 수비도 잘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최고의 후방 플레이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
 

■김준수(3학년) 선수 인터뷰

▶결승전 경기력이 상대보다 좋았다.
맞습니다. 저희가 충분히 몰아붙였고 경기력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준우승이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창단한 지 얼마 안 된 저희가 처음 결승에 도달했다는 부분은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첫 경기 복수는 못 했지만, 결승전에서 상대를 몰아붙인 점은 만족스럽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저도 1·2학년 때 경기를 못 뛰어서 스트레스받고 부담감도 쌓였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운동도 힘들다 보니 그만둘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보상을 꼭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힘든 순간이 와도 묵묵히 발전하기 위해 훈련하고 노력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 말해주고 싶습니다.

▶본인의 장점과 롤모델은?
저의 장점은 빠른 발과 발밑입니다. 저의 장점도 이러하기도 하고 완성형 수비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롤모델은 김민재 선수와 프랑스의 라파엘 바란 선수입니다. 두 선수다 수비력은 물론이고 빌드업도 좋은 선수인 완성형 수비수이기 때문입니다.

범어고 축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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