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래 10일은 삼복 무더위 마지막인 말복(末伏)이다, 덥다 덥다하여 삼복더위라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무더운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유별나게 무더운 올해의 여름 날씨는 기후위기임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연일 34~5℃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일사병 또는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기상청에서도 폭염 주위보를 폭염 경보로 격상하여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망시 논매기가 막 끝날 때이다. 푹푹찌는 불볕 더위도 아랑곳 않고 품앗이로 등허리가 휘도록 아시 매기, 두 벌 매기, 망시 논매기를 했던 농사꾼들은 삼복 무더위를 어떻게 넘겼을까 싶다.

삼배적삼 안에 삼배끈으로 덤성 덤성 끼워 만든 등지기를 입고, 등지기에 나뭇 잎을 꽂아 따가운 햇빛을 가리고, 팔에는 대나무로 만든 고동(긴 팔찌)과 대나무 또는 양철(함석)로 만든 고동(가락지)을 손가락에 끼고 뜨건 뜨건하게 데워진 물논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마지막 논매기를 했다.

두 세줄은 맡아 앞 서거니 뒤 서거니 논매기를 하다 힘이 들면 "앞 두름 형수님네, 뒤 두름 숫총각 아으어이 반나절이 다되도록 술 한잔 안주고 일만 시키노"라는 논매기의 고됨을 농요화로 풀어 달랬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전설의 고향 이야기 같은 이런 소리는 1999년 6월 제30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와 제4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각각 최우수상과 장려상을 받은 웅상농청장원놀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웅상농청장원놀이는 명동(구 명곡)마을 농사꾼들이 공동으로 농사일을 하는 모습을 전승보존한 놀이다, 요즘처럼 시원한 아이스 크림도 없고, 아이스 커피도 없었던 시절이라 옛날 망시 논매기 때의 고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슴팍까지 차오르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농사꾼들은 이 놈의 더위가 정말 사람 잡겠네라며 논가 개울에 담겨둔 농주(農酒)로 목을 축이고 나무 그늘 아래서 잠깐의 눈 부침으로 꿀맛 같은 휴식을 즐겼다.

지금 시대 삼복더위 여름철이면, 너 나 할 것없이 해수욕장이나 산수수려한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고, 외국여행을 떠나는 거나 에어컨과 냉풍기 앞에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에 치맥 배달로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번주가 고비인 폭염도 점차 수그려 들 것이고, 여름철 하계 휴가도 끝날 것이다. 삼복무더위를 피해 산이나 바다, 또는 해외로 휴가를 떠났던 사람들도 하나둘 일상생활로 복귀할 것이다.

마음껏 즐기며 여유로움으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다 날려 보내고 복귀하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휴가의 즐거움은 이제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라.

웅상농청장원놀이에서 농사일의 고단함을 농요화로 풀어내 노동을 즐겁게 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처럼 새로운 다짐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스스로 일을 즐기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누구나 목표하고자 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온갖 유혹으로 넘처 꿈과 희망보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주저앉아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휴가 때 의 즐거운 마음으로 목표를 달성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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