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는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일부 있으나, 지방은 바닥까지 내려오지도 않은듯하다. 더 인상할 여지를 남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기조와 나아질 줄 모르는 경기침체에 수출마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사와 시공사의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업체의 어려움이 지방 부동산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발(發) 단기 자금시장의 위기가 있었다. 당시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보증한 2050억 원 규모의 부동산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처리 되면서 채권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에 혼란이 일어났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50조 원+알파' 규모의 긴급 자금 지급 대책을 내놨다. 이어 2022.10.23. 경제부총리는 시장 안정조치를 발표했다. 대책에 포함된 주요 내용은, ①채권시장 안정 펀드 20조 원 ②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16조 원 ③증권사 직접대출 3조 원 ④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 원 등이다.

이를 뒷받침하도록 한국은행이 매입 가능한 '적격담보 대상증권'에 국채 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는 부동산건설 사업장에도 덮쳤다. 2022.10.21.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장이 부도 위기까지 왔다. 조합에서 재건축사업을 하기 위해 사용한 7000억 원의 부동산PF 자금에 대해 대주단(금융기관)이 차환(이미 발행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하는 일)을 거절한 것이다. 금융기관이 차환을 거절하면 조합은 갚아야 하고 못 갚으면 부도나는 것이다.

급기야 국토부는 2023년 1.3대책을 발표했다. ▲실거주의무 폐지 ▲전매제한 완화 ▲중도금 대출 제한 폐지 ▲청약규제 완화 등이다. 시장에서는 이 대책을 '둔촌주공 구하기'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했는데도 시장의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1월 12일에는 HUG 등 국가기관이 1월 19일이 만기일인 채무를 전부 갚았다.

이후 기재부장관, 국토부장관의 어록을 보면, '부동산시장 경착륙은 막았다'이다. 안도하는 분위기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 쏟아낸 온갖 대책들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7월 4일 '2023년 한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추경호경제부총리는 "지난 1년여를 돌아보면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이제는 그 긴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며 "우리 앞에는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터널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완전히 빠져나올 때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솔선수범해 앞장서 뛰겠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5월 16일 취임 1년을 맞은 원희룡국토부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연초 걱정했던 경착륙 우려는 해소된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급한불을 끈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지원책은 접어두고, 부동산PF 대출 옥죄기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신규 토지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PF와 관련해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하라'고 보낸 지침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런 지침으로 시행사에서 토지매입비와 인허가 절차에 이용하는 단기 고금리 상품인 신규 브릿지론과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하는 PF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사업성이 있는 개발 사업을 지원하겠다며 HUG와 주택금융보증공사의 보증한도를 높였지만 리스크 관리 기준은 더 까다롭게 바꾼 것을 이유로 든다. 올해 책정된 보증예산은 5조 1000억 원인데 4월까지 PF 보증한 정책금융은 9000억 원에 불과 한 것을 근거로 든다.

개발업체는 본PF를 받아 고금리인 브릿지론을 갚는다.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을 "좀비 사업장"이라 한다. 업계에서는 10개 사업장 중 8개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부실 우려가 큰 사업장은 매각을 지원하고 정상 사업장은 보증을 확대해서 시장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멀쩡하게 돌아가는 건설현장에 자금 공급이 중단되면 공사가 멈추고 부도로 이어진다. 지방의 중소 건설현장이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3~4년 후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혼란이 올 수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