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는 어리석지 않다.(위정 9장)

원문: 子曰 吾與回 言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 不愚(자왈 오여회 언종일 불위여우 퇴이성기사 역족이발 회야 불우)
해석: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안회와 더불어 온종일 이야기를 하였으나 내 말을 어기지 않아 어리석은 사람인 듯하더니, 물러간 뒤에 그 사생활을 살펴봄에 충분히 드러내고 있으니, 안회는 어리석지 않구나!


안회는 뛰어난 제자로 공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죽는 바람에 공자의 기대를 어긋나게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안회가 공자의 뛰어난 제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위에 언급한 내용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스승과 제자가 질문하고 대답을 하는데 보통 제자들은 자신의 뛰어남을 보이기 위하여 스승의 질문에 날카로운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상하게 안회는 그저 스승의 말씀에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공자는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지 모르는데 아는 척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공부시간이 끝난 다음에 공자는 몰래 안회의 개인 생활을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안회는 스승에게 배운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안회가 공자에게 스승님 인(仁)이 무엇입니까? 질문을 했는데 공자는 '자신의 욕심을 이기고 상대방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인이라고 하였다. 이 대답에 안회는 부족함을 느껴서 스승님 자신의 욕심을 이기려면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하겠습니까? 라고 재차 질문을 하였다. 이 질문에 공자는 네 가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욕심을 이길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 예가 아닌 것은 보지 말라. 둘째, 예가 아닌 것은 듣지 말라. 셋째, 예가 아닌 것은 말하지 말라. 넷째, 예가 아닌 것은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공자가 말하는 예(禮)라는 것은 상대방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행동양식이다. 그런데 자신이 욕심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방보다 많이 가지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예에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인을 실천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공자는 안회에게 인을 실천하려면 욕심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실천조목이라고 한 것이다. 그 내용이 방금 언급한 네 가지이다.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모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이 하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네 가지는 주인이 아니고 손님이다. 주인은 마음이다. 마음이 눈 귀 입 몸을 조종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깊은 곳에 있어서 관찰하여 성장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안회는 마음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며 가난한 동네에 사는 생활을 한 것이다. 도시에 나가서 돈을 벌면 생활은 풍족하지만 대신에 마음을 성장시키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스승의 기대를 받았던 으뜸 제자가 마음을 챙기다가 건강을 해쳐서 일찍 죽은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마음을 많이 챙기면서도 몸을 해치지는 않는 정도의 공부를 해서 스승이 원했던 제자가 되어서 스승의 가르침을 다음 세대로 계승하는 게 안회의 역할이었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안회가 죽었을 때 공자는 하늘이 자신을 버렸다고 체면 불구하고 엉엉 울었다.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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