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이 일으키는 반란은 늘 짜릿하다. 언더독은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를 뜻하는 말로,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다. 그래서 '언더독 효과'라고 하면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을 뜻한다. 스포츠에서 지고 있는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 그리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던 약자 언더독이 강자 탑독(top dog)을 이길 때, 그 효과는 극적이 된다. 

그래서인지 언더독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인기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톰 베린져, 찰리 쉰, 웨슬리 스나입스, 르네 루소 등이 출연했던 '메이저리그(1989)'가 있다. 만년 하위권이던 오합지졸 팀이 리그 우승까지 노리게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연출했다.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출전을 꿈꾸는 '쿨러닝(1984)'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최근에도 국내에서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를 바탕으로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펼친 기적같은 이야기 '리바운드(2023)'가 상영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특히 언더독의 반란이 주는 쾌감은 대단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세계 무대에서 약체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 선수나 팀이 선전할 때 우리는 감동을 느낀다. 객관적으로 뒤지는 실력에도 정신력으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해 강적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는 진부한 클리셰 같은 스토리라도 현실과 결합되면 그 폭발력은 무서울 정도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원동중의 기적을 보았다. 전교생 51명밖에 되지 않는 원동중 야구부가 창단 2년만에 제42회 대통령기 전국중학교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언더독의 대반란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우리는 물금고의 기적을 보고 있다.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매 경기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며 창단 8년 만에 첫 전국대회 결승까지 진출하게 됐다. 마산고와 16강전에서 물금고는 3회까지 1-11로 10점 차까지 뒤지던 경기를 14-12로 드라마 같은 역전을 일궈내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8강에서는 2021년 대회 우승팀인 서울 충암고를 상대로 7-3으로 앞서다 7-7 동점까지 추격당했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행운이 따랐고, 다음날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11-9로 승리했다. 경기상업고와의 준결승에서도 2-3으로 뒤지던 7회초에 대거 7득점을 올리며 11-9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경북고와의 결승에서 접전 끝에 1-4로 패배하면서 우승을 코앞에 두고 그들의 진격은 멈췄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씻어준 그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열악한 여건에 머물러 있어서는 언더독은 계속 언더독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 속에 일부 엘리트에게만 투자가 집중되는 현 상황에서 청룡기 최대 이변이자 이번 대회의 사실상 주인공이었던 물금고 선수들의 파이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금고 야구부가 창단을 했기에 원동중의 기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양산시는 양산시청 배구팀과 탁구팀을 운영하고 있고, K4 시민축구단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많은 스포츠 꿈나무들이 성장하고 있다. 생활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함께 스포츠 꿈나무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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