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중증 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시흥시 중증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50대 어머니가 생활고와 심한 우울증을 앓아왔고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지난 9월 22일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밖에도 지난 5월 인천에서 38년 돌본 중증장애 딸을 살해한 어머니도 심한 우울증을 앓아왔고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여론은 살인을 옹호할 수 없지만 저들이 겪는 삶의 무게와 우울증에 대해 공감하고 형량이 무겁다며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들의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정부로 향했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부모에 대한 복지 개선에 대해 최선을 다할까? 최근 취재차 양산시 거주 중인 양산시장애인부모회부회장 쌍둥이 발달장애 남매를 둔 어머니를 만났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장애인 부모에 대한 복지 현실은 많이 미흡했다.

장애인 부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복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해 부모들은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정신과 진료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내원을 통해 심리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에 입원을 요하는 부상이나 질병이 있더라도 치료를 미루거나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 부모들끼리 교육센터에서 잠시 만나는 시간 동안 대화를 통해 우울감을 조금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방법이라고 한다.

장애인 부모들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애인돌봄서비스라는 일정시간 돌봄종사자가 대신해 돌봐주는 복지정책이 있지만 부여된 이용 시간도 부족하고 대상자 선정도 자유롭지가 않아 활용하지 못하는 가정도 많다. 또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도 일반가정보다 몇 배는 들어 경제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더욱 어렵다.

부모들의 우울증을 형성하는 데는 미흡한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는 차별과 따가운 시선도 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성 장애인은 살 가치가 없는 존재였으며 인터넷 뉴스 댓글에 의대생이 죽고 자폐성 장애가 살면 국가적 손해에 좋아요를 누르는 현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입니다"라는 드라마 대사에 함축적인 의미가 전부 내포되어 있다.

장애인 부모들은 현재도 일부 노인들이 장애인들을 못마땅해하고 혀를 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반면 우울증을 해소 시켜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장애인들을 접한 주민들이 자녀들을 이해하고 배려해 함께 융화되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고마움과 힘을 얻는다고 한다. 한 예로 장애인이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더라도 시간을 보내주거나 부모에게 연락해 위치를 제공하는 등 지역민이 장애인을 함께 보호하는 환경이다.

양산시장애인부모회부회장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맹목적으로 편견을 가져선 안된다고 말하지만 긍정적인 편견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며 긍정적인 편견 속에서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생긴다"고 했다.

이처럼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직접적으로 양육하지 않지만 인기드라마나 영화에서 전하는 따뜻한 메세지는 우리가 유행으로 여기지 않고 마음 한 편에 두어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편견 속에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장애인 복지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건 오히려 장애인 부모들의 우울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며 하루빨리 장애인 부모들의 우울증 대책이 마련돼 장애인 가정의 극단적인 선택이 줄어들고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