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청탁성, 기초행정 질의 넘쳐나
방대한 자료 톺아보기 사실상 불가능
겸직 전면 금지해 부캐의원 막아야

신정윤 기자
신정윤 기자

행정사무감사가 21일을 끝으로 마감됐는데 맹탕 질의와 지역구 민원 청탁성 질의도 속출하는 등 집행부에 대한 예리한 창은 보기 드물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사항이 기초적인 행정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묻는 정도에 그치고 지역구 민원을 "잘 챙겨달라"는 청탁성 질의만 넘쳐났다. 개중에 일부 의원들은 사실과 사실 사이에 허점을 파고드는 예리한 질문을 하고 예산 절감과 집행부의 나태함을 바로 잡는 의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감사라기 보다는 행정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는 낙제점 행정사무감사였다는 평가다.

또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기본 태도도 집행부 공무원에게 "부탁한다", "챙겨봐 달라" "여쭈어 본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경우도 수두룩 했다. 행정사무감사는 질의하는 의원이 집행부 공무원에게 정당한 자료제출과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견제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집행부 공무원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며 주민의 대표자로서 복리 증진에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집행부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행감에 임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행정사무감사가 수박겉핧기식으로 그치는데는 방대한 자료를 단시간에 파악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은데 있다. 실제로 한 의원은 "성인 허리까지 오는 수백페이지가 넘는 양산시의 사업을 설명한 책자를 전부 꼼꼼히 보고 질의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요한 사업에 대해 기본 파악을 한 뒤 문제점을 파고드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역량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데 지방의원 겸직을 허용하는 이상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는 견해도 있다. 시쳇말로 '부캐(부캐릭터) 지방의원'은 회기가 있을 때만 뱃지를 달고 의회 청사에 나타나고 평상시는 본업에 충실한 것이다.

주요한 사업에 대해 필요한 자료와 타시군의 사례들을 보고 관련 법령을 익히고 하는 의정활동이 이뤄지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시의원들도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들의 겸직을 전면 허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맹탕 행정사무감사는 전체적인 의원들의 내부 분위기도 한 몫한다. "초선의원이 너무 나댄다" "선배 의원들도 적당히 하는데 내가 뭘"이라는 자기검열과 자조섞인 푸념도 나온다. 선배 의원들이 후배 의원들을 잘 이끌어 주고 좋은 질의를 하기 위한 행감 기법 전수도 중요하다. 의회 전체의 분위기가 누가 더 좋은 질의를 하는지라는 관점에 맞춰져 있으면 선의의 경쟁도 이뤄질 것 같다.

이제 갓 지방 행정을 배워나가는 초선 의원들에게 30년 이상 공직을 수행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예리한 질의를 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행정이라는 것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되고 선후 관계에 따라 추론을 하고 접근을 하다보면 퍼즐이 풀린다. 때문에 초선의원들이 평소에 집행부에 묻기를 두려워 하지 않고 비판적사고력을 갖고 숙고하면 오랜 관록의 간부급 공무원들에게도 예리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기초적인 질의를 하지 않으려면 사실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다양한 관점이 숙지하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초선의원들에게 특히 주문하고 싶은 것은 관행에 물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많이 알아도 기사를 못 쓴다"는 말이 있다. 초선 의원들도 너무 많이 알기 전에 할 말하는 패기를 보여주는 배짱을 보고 싶다. 제7대 시의회가 개원 뒤 첫 행정사무감사가 끝났다. 집행부와 의회가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해 시정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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