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않은 절반 이상의 유권자 뜻 숙고해봐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사무 대리하는 수준
지방정부로 격상돼야 투표 효능감 느낄 수 있어

지방선거가 끝났다. 4년간의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우리 손으로 뽑았다. 민선 8기가 곧 출범하니 주권재민을 행사한 것이 이번이 8번째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대중매체나 공익광고에는 공약을 면밀히 비교해보고 우리 삶에 직접적 연관을 끼치는 지방선거 후보자를 잘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 일꾼을 우리가 뽑아도 큰 효능감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누가 되든 다 똑같다, 그나물에 그밥이다”라는 말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들었다. 단순히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무관심한 사람의 푸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찝찝한게 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 양산시장 선거는 29만여 유권자 중 채 절반도 안되는 13만여명이 투표를 했다. 거기서 나동연 당선자는 8만여표를 받았다. 당선은 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양산시 유권자 1/3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양산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된 것이다.

대선에서는 과반을 넘겨야 국정 동력이 생기기 때문에 결선투표제도 도입 논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비용까지 써가며 결선투표를 도입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나동연 당선자는 투표하지 않거나 김일권, 전원학 후보를 지지한 과반 이상의 지역주민의 뜻이 무엇일지 숙고해 봐야 한다.

권력이라는 것이 일단 되고 보고,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당선자들은 투표하지 않은 이들이 주는 메시지가 뭔지 따져 봐야 한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었다. 후보자들도 대통령 효과를 홍보하느라 야단이었다. 윤석열 정부와 궤를 같이 해 힘 합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자 따위의 구호들이 난무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공약 따위야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았다. 지방정부의 대표가 아니라 공공행정기관 단체의 장을 뽑은 것이다. 지방에 권한을 이양한다고 했지만 아직 크게 미약하다. 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중점 추진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라는게 잘 없다.

단순히 정부의 행정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기관의 대표일 뿐인 것이다. 수천명의 공무원 인사권과 지방공기업 인사권이 있다. 또 양산시 소유 시유지에 무엇을 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이라는게 이른바 매칭(국도비 분할)으로 이뤄지기에 전액 시비로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해봐야 별 것이 없다.

KTX물금역 정차나, 광역철도 노선 확정 등이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될 일이 안될 것도 아니고 안될 일이 될 것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큰 효능감이 없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이 공약도 하나 톺아 보지 않고 바람에 휩쓸려 당만 보고 표 찍는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저명한 정치학자 토크빌은 “한나라는 그 나라 민중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고 말했지만 이는 토크빌의 주장일 뿐이다.

서양학자 토크빌의 주장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지만 우리 국민과 지역주민은 아주 현명하다. 누구를 뽑든 효능감이 없는데 이럴 바에는 경상도 사투리로 "확 한번 디비뿌자"는게 더 큰 회초리가 되고 민심의 무서움을 알린 다는 것을 안다.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리기도 하고 못하는 정당 혼도 내고 잘하라고 힘도 팍팍 실어주는 현명한 우리 국민들에게 감탄할 따름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말 공약도 정책도 보지 않는 깜깜이 바람 선거만 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려면 지방정부가 자율과 창의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판부터 깔아줘야 한다. 판도 안깔아주는데 더 좋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아본들 그게 무슨 큰 효용으로 돌아오나.

이번에 뽑힌 새 일꾼들이나 낙선한 공직 도전자들은 지역주민의 명령을 받은 4년짜리 계약직 어공(어쩌다공무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당은 이번 국민의 회초리에 크게 정신 차리길 바라고 국민의힘은 주어진 권력에 오만하지 말기를 바란다. 두 정당 모두 지역주민이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지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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