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고무신 선거 그만합시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 중에 선거 관련한 한 대목이다. 지역주민들이 막걸리 얻어 마시고 고무신 사주는 후보자들에게 표를 주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집행부를 견제할 실력 있는 정치인보다는 연고나 정(情)에 끌리는 선거가 되는 게 현실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창이다.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지방의 민주주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는 분열이 아닌 사실상 민중이 주인됨을 실현하는 하나의 축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후보자를 뽑아서 더 나은 우리 지역을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참여다. 단순히 투표장에 가는 것도 참여지만 정당 활동을 하고 정치적인 의사를 표출해 얕은 뿌리의 한국 정당 정치가 뿌리내리도록 돕는 것도 참여다. 대의민주주의 정체에서 정당은 선거를 통해 주권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행정부와 의회에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상호 견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정당은 국민의견 수렴과 정책화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권력획득이라는 정당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영향력 내지 지배력이 강화될 때 정당의 대의적 기능과 정부의 민주의 운영이 회복될 수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선거인수 대비 당원의 수는 18.2%다. 이 당원의 숫자 중에서 당비 납부 비율은 18.7%에 불과하다. 정치 혐오는 참여하지 않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정당활동에 대한 효능감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 또 정당이 당원 및 지역주민들과 일상적인 소통을 하는 지역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지역위원회 사무실도 따로 둘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지역을 위한 일꾼들이 정당에서 배출된다. 배출된 지역 의원들의 자질도 늘 논란이 된다. 지역구 구민의 대표로서 하루 3시간씩 자고도 모자란다고 하는데 겸직까지 허용하고 있고 회기가 열리면 가끔 의사당에 나와서 표결하고 공무원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몇마디 해주면 되는게 지방 기초의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본지가 지난 8대 시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 실적을 시정질의를 기준으로 평가해 봤다.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시정질의를 단 한건도 하지 않았다.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정질의를 할 건수가 과연 없었는지 의원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자질이 안되는 의원들이 자꾸만 배출되는 것은 결국 정당의 문제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천권은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이 단독으로 행하게 돼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천 논란이 늘 일어나는 것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지역구 구민들도 어떤 인물이 우리지역을 위해 집행부를 상대로 예리한 질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정책을 갖고 토론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공약이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이러다 보니 후보자들도 중앙정치권의 바람이나 대통령 효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정치 개혁은 곧 정당이 개혁되는 것이다. 정당을 개혁하려면 지역 주민들이 정당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정당에서 더 좋은 후보가 배출되도록 당원들이 깨어있어야 한다.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정치병에 걸린 이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려면 좋은 후보를 배출하도록 정당활동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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