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다닐 도로가 없어 외부를 오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기찻길밖에 없고, 기차는 다니지만 정작 기차역이 없는 시골마을이 있었다. 기차가 서지 않으니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철로를 따라 역과 역 사이를 걸어 다녀야 하는 마을사람들의 오랜 염원은 간이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왕복 5시간을 걸어서 통학해야 하는 주인공이 마을의 간절함을 담아 무려 54통의 청원 편지를 청와대에 보내봤지만 답이 없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온갖 노력을 해나간다는 이 이야기는 영화 ‘기적’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 개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교통 오지 주민들이 기차역을 만들기 위해 영화에서 나온대로 갖은 노력을 하다 결국 직접 돈을 모아 역을 세운 것이다.
영화 ‘기적’을 보면서 필자는 역이 있어도 기차가 서지 않는 양산 물금역을 떠올렸다. 양산 물금역에는 KTX열차가 평일 하루 평균 상·하행 각각 12회씩 통과하고 있지만 정작 정차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양산시민들은 코앞에 역을 두고도 KTX열차를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KTX열차를 타려면 차를 타고 30분 이상을 달려 울산역 또는 부산 구포역까지 가거나 무궁화호 또는 ITX열차를 타고 밀양역 또는 대구역에 가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양산시민의 KTX열차의 물금역 정차 요구는 허공에 퍼지는 메아리 같다.
앞서 지난해 4월 경남도의회는 지역의 숙원을 해소하는데 힘을 더하기 위해 ‘KTX열차 물금역 정차를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에 전달한 바 있다.
필자는 대정부 건의안의 대표발의자이자 양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민의 간절한 염원과 KTX열차 정차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 등은 역과 역 사이의 간격, 운영의 효율성, 물금역사 승강장 길이가 짧은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물금역에 KTX 열차를 정차시킬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사 측의 입장을 수긍할 수 없다. KTX경부선(구포 경유 노선) 경산역은 동대구역과 12.3㎞ 떨어져 있지만 상·하행 각 2회 정차하고 있고 경전선 KTX의 경우 창원중앙역-창원역-마산역 사이 거리는 각각 10.3㎞, 3.6㎞이지만 상·하행 각 4회 정차한다. 물금역에서 구포역 사이 거리는 12.8㎞이다.
또한 양산시에 따르면 물금역 KTX 정차 타당성조사 용역 연구에서 B/C(비용편익비)가 1을 넘겨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가 된다는 물금역사 승강장 길이는 증설공사를 통해 늘이면 된다.
단순한 경제논리보다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인구 35만의 양산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성장도시이고 특히 물금읍의 인구는 12만 명가량으로 웬만한 군 지역 인구보다 많다.
양산에는 3500여개의 기업체와 1일 평균 내원객이 1만5000여명이나 되는 대학병원이 있고 각종 지역축제와 명소에 찾아오는 타 지역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부산·울산·경남이 맞닿는 요지에 자리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지역이다.
편리한 교통여건은 곧 경쟁력인데 KTX열차 이용 불편이 양산지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KTX열차의 물금역 정차는 지역민의 교통편의를 증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산의 발전, 나아가 경남과 부·울·경 메가시티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물금역 정차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양산시민의 이목이 여기에 쏠려 있다.
양산지역민의 교통복지 개선, 양산의 발전가능성, 지리적 특성, 국가균형발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이번에는 꼭 지역의 숙원이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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