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총선투표일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양산은 ‘핫플 격전지’로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대선 경선후보 출신 정치인과 한때 제1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 아무 연고도 없는 우리시 지역구에서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경남도지사를 번갈아 역임했던 분들이라 관심의 도는 훨씬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김두관 의원과 홍준표 전 의원이 맞붙게 될 양산을구 이야기다.

양산갑구라고 관심 밖일 수는 없다. 현 정부 권력 핵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던 송인배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두 번의 승부에서 모두 이겨 재선의 중진으로 우뚝 선 자유한국당의 윤영석 의원이 건재한 이곳은 시청 등 행정기관과 물금신도시가 포함된 사실상 정치 1번지다. 한국당 PK지역에서 드물게 1인 신청지역으로 당내에는 경쟁자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도 이에 부응하듯 인재영입 케이스로 ‘북방 경제전문가’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차출한 것이다. 40대 초반의 전 도의원과 여성 정치 신인, 거기다 시의회 부의장 출신 여성 등 세 사람이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는 차에 중앙무대에서 활동해 온 이재영 전 원장을 정략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내 반발은 다소 예상되지만 어쨌든, 양산의 두 선거구 모두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대진표가 만들어지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서 지난 선거 결과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양산갑구의 최종 투표결과는, 윤영석(당시 새누리당) 31,132표, 송인배(더불어민주당) 27,916표로 3,216표 차이가 났다. 이는 19대 총선의 표차 4,999표보다 줄어든 수치인데 20대 총선 당시 지역구가 두 개로 조정돼 양주동과 동면, 웅상 4개동이 떨어져 나간 탓이다. 주목할 부분은 신도시지역인 물금읍에서는 송인배 후보가 2,351표 차로 윤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윤영석은 그 밖의 지역에서 모두 송 후보를 앞질러 무난한 승리를 끌어냈다.

양산을구의 20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서형수(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장권(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1,262표 차의 신승을 거두었는데, 이마저도 보수측 후보인 박인, 황윤영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결과에 어부지리를 얻은 결과로 평가되었다. 당시 박인, 황윤영 후보가 얻은 득표는 10,814표였다. 이는 전체 유효투표의 약 16.3%에 달하는 수치였다. 참고로 19대 총선에서 지금의 을구 투표결과를 살펴보면, 새누리당 후보 27,422표, 민주당 후보 27,509표로 부재자를 제외한 개표결과 민주당이 87표차로 앞선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세부적인 분석을 해보면, 웅상 4개동의 개표결과는 윤영석 후보가 민주당 송인배 후보보다 921표 앞선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20대 때에는 웅상 4개동에서 이장권 후보가 1,410표를 더 많이 득표했다.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효과로 민주당 바람이 불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불만족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웅상 4개동의 투표 성향상 토박이 후보에게 지지표가 쏠렸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됐다. 양산을구의 홍준표 전 당 대표 공천이 결정되면, 이곳은 무연고 후보의 대결장이 될 것이다. 인물 대결이자, 정책 대결장이 될 전망이다. 시민들의 여망도 커지게 될 것인 바, 엇비슷한 무게감의 두 후보가 펼쳐 갈 입씨름은 물론 어떤 공약들이 제시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사저라는 상징성으로 미루어볼 때 김두관 후보는 여당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굵직한 숙원사업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후보도 대선 후보였던 정치적 위상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일 것이 전망되고 있다.

양산갑구에서 윤영석과 이재영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이 또한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이다. 우리시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원동면 출신 인사의 각축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선 중진으로 의정활동 실적을 내세우며 부산대양산캠퍼스 유휴부지 개발과 KTX 물금역 정차 추진 등 이슈를 선점해 왔던 윤 의원으로서는 민주당의 이재영 전략공천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방경제정책전문가로 알려진 이 후보와의 승부는 정책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선 60일을 앞두고 여야의 진용이 드러난 만큼 지금부터 유권자들의 표심을 누가 잡아 나갈지가 관심거리다. 우리시는 최근 몇 년 동안 외부유입인구가 크게 증가한 곳으로 유권자들의 성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특징을 보여 왔다. 인물이냐, 정책이냐, 지역연고냐, 정치이력이냐를 두고 선거운동 방향잡기에 후보자들의 고민이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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