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갑 현역 의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양산을 선거구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양산을 선거구는 매곡동에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의석을 사수해야 하는 상징적인 선거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서형수 의원이 한국당의 이장권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양산에서 진보 진영으로서는 처음으로 의석을 획득한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형수 의원은 문재인의 인재영입 1호로 발표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은 한겨레신문 사장 출신으로 일찌감치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지난달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다.

집권 민주당으로서는 어렵게 얻은 지역구 의석을 상실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이른바 PK지역 낙동강 벨트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한 바 있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를 차출하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항해 대통령 후보경선까지 치른 김 전 지사를 문 대통령 사저를 수호하는 지역구에 장수로 차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양산을구의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두관 전 지사로서도 그동안 정권핵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는 입지를 다져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의 요청을 계속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회복할 절호의 찬스가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험지 출마’라는 총선 이슈의 한가운데 오른 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의 대응이다. 현재 이곳의 한국당 당협위원장은 나동연 전 시장이다. 나 전 시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패배 이후 조직 재건을 위해 당협위원장을 스스로 맡았다. 하지만 2018년 시장선거에서 민주당 김일권 후보에 패퇴하면서 한번 기가 꺾였다. 그래서 차기 총선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웅상지역에 정성을 쏟아 온 것을 지역에서는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김일권 시장의 선거법 재판이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터라 생각이 달라졌다. 이미 연초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지지자를 결집시킨 바 있는 나 전 시장은 시장 재선거 출마로 마음을 정한 것처럼 보인다. 근소한 차이로 분루를 삼켰던 이장권 후보가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해 때이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박인 전 도의원과 김정희 전 경남대 교수도 뒤이어 예비후보로 나서 경쟁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민주당에서 전략공천으로 거물급 잠룡을 투입하고 나니 한국당으로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나 전 시장은 총선 출마에서 한발 물러선 상황이고 웅상 토박이 세 사람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과연 김형오 체제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하는 말이다. 이미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많은 질문이 쇄도하고 있는데 그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두관 전 지사에 상응하는 인사가 투입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름아닌 홍준표와 김태호 두 전 경남도지사 얘기다.

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전 의원과 김두관보다 먼저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전 의원 모두 PK지역의 보수진영 잠룡들이다. 관건은 보수세력의 두 거물급 인사가 양산을구의 험지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홍 전 의원과 김 전 의원 모두 자신의 고향 지역구에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당 지도부에서 지속적으로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종용하고 있지만 당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의 속성상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양산을구로 뛰어들 명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준표 전 의원으로 보면,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 엄용수 전 의원의 자격상실로 무주공산이긴 하지만 중진이 너무 쉬운 길을 택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김태호 전 지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현재 경남도당 위원장인 강석진 의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호 전 지사가 보다 유력하게 양산을구 차출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태호 전 지사가 온다면 그야말로 빅매치가 성사되어 전국적인 조명을 받게 될 것 같다. 김태호 전 지사는 이미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핵심인사인 김경수 전 지사와 승부를 겨뤄 이긴 전력이 있다. 또한번 경남도지사 출신끼리 맞붙어 승리한다면 정치적 입지가 부쩍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시도해 볼 만한 장면이 아니겠는가.

누가 이기든 반대급부를 크게 노릴 수 있는 빅매치 성사 여부에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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