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할 것 없이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민주당으로서는 10년 만에 다시 찾은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차기에도 대권이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인재를 풀 가동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국당도 지난 연말부터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등 주요 쟁점 법안 처리에서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해 수모를 겪은 바 있어 이번 총선만큼은 보수대통합을 이루어 과반 의석을 탈환하리라는 결의에 차 있다.

우리시는 선거 때마다 다양한 이슈의 중심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라는 별칭으로 김해, 서부 부산과 한데 묶여 진보진영의 교두보로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을지역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곳이며, 갑지역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병원이 있는 곳으로 상징성이 자못 크다.

이런 가운데 을지역의 현역 서형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부의 장관급 자리로 가 앉았으니 차기 후보군들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박대조 전 시의원과 임재춘 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에 나섰으나 돌연 중앙당에서 전략공천지구로 선정해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두 예비후보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맥이 빠져 버렸다. 더욱 볼성사납게 된 것은 4선의 박일배 시의원이다. 하루 전날 총선 출마를 위해 시의원 사퇴를 발표했던 그는 전략공천지역 소식에 하루 만에 사퇴를 번복하고 다시 시의회 자리를 지키겠다는 발표를 해야만 했다.

아직 최고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고 해도, 한번 정해진 만큼 지역 경선은 물 건너 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전략공천이란 다시 말해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후보군으로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중앙당 차원에서 후보를 지정해 내려보낸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정으로는 갑지역도 경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현역 의원을 상대로 싸우게 되는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저,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요직 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금융기관, 정부투자기관과 각종 위원회의 수뇌급 인사에 대한 교체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아 왔다. 일종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 할 수 있는데, 정권의 획득에 도움을 준 다양한 인사들에 대한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비난해도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나온다. 어느 정권도 이 대목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없다.

다만 이런 인사 관행에서 그 기관의 성격과 소관 경륜이 있는 인사가 임명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가 돌연 우두머리로 나타났을 때 세간에서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아냥거린다.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는 뜻인데 그 하늘이 어딘지가 관건인 것이다. 선거에서 정당의 추천을 받는 것을 공천이라고 하는데, 지역 실정이나 상황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인사가 느닷없이 전략공천이라는 결정으로 나타난다면 이 또한 낙하산 인사와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여러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나 변명을 내놓는 것을 숱하게 들어왔다. 그 때마다 나름 이유가 있고 근거를 내놓기도 했다. 과거 한 국회의원 후보자는 지역과의 연고를 묻는 기자에게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 양산”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답변으로 피해가기도 했다. 을지역의 서형수 의원은 경선 없이 인재영입 차원에서 공천을 받았지만 이 지역 출신이라는 고리가 있었기 때문에 나름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연고가 없는 인사가 내려왔을 때 과연 어떤 응대를 받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양산시가 PK지역(부산·경남지역)의 최일선 접전지역이라는 여야 판단이 당선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공천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항간에는 현역 의원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차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계속 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에 맞서 싸울 한국당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역위원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나동연 전 시장의 행보가 관심사다. 김일권 시장의 대법원 선고 기일이 안개속인 가운데 4월 15일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 전 시장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아직 실체도 없는 시장 재선거에 과녁을 맞출 것인가, 지역위원장으로 올 때 목표였던 총선 출마를 결행할 것인가.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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