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아직 큰 추위가 오지 않아서인지 마당에 한 그루 비파나무 잎들도 아직 푸른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떨어짖 않고 있습니다. 가끔 아침해가 떠오를 때면 이름모를 큰 새들이 몇 마리 내려앉아 여름에 따고 남은 열매 자리를 쪼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비파 열매가 유달리 많이 열었습니다. 큰 바구니 두 개를 채우고도 남아서 이웃집에도 조금씩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비파는 열대 과일이라고 들었는데 우리집 마당에서 해마다 열매를 맺는 걸 보니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비파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일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병석에서 오래 고생하셨지만 매일 몸을 일으켜 불경을 필사하며 공덕을 닦으신 만큼 극락세계에 무탈 안착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비파나무처럼 항상 달디단 열매를 안겨주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올 한해 열심히 살아가리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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