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화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인들도 민화의 매력에 매료되고 있다. 이는 민화 인구가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고, 해외에서의 활발한 전시와 더불어 'CHAKGADO'(책가도)라는 고유명사가 생겨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젊은 민화 작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이 이어지면서 현대 민화의 양적,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며 민화는 한국 화단의 중요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민화란 '서민화가가 그린 그림'으로서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원이나 이름 있는 전문화가, 혹은 문인 화가가 그린 그림과 구별되며, 주로 벽사, 기복 혹은 집 안의 치장과 감상을 위해 제작된 실용적인 그림을 일컫는다.

조선말기 신분제의 와해와 비 양반층의 사회, 경제적 위상의 부상에 따라 미술시장이 재편, 확대 되면서 '민(民)'의 개념이 시대적으로 대두된 20세기 초에 대량으로 제작, 소비된 그림을 일컬어 민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무명 화가의 작품이기에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팔렸고, 따라서 양반, 비양반, 계층을 불문하고 널리 소비될 수 있었던 그림이었다. 

민화는 단순화된 형태와 파격적인 구성, 자유로우면서도 어눌한 표현법 등 기존의 전통회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형성에 다채로운 채색의 사용 등 장식성을 갖추어 현대적 감각에 부응하는 측면이 강하여 오늘날 큰 관심과 애호를 받고 있다.

민화의 개념

그러나 민화를 그리는 사람들 중에도 민화의 정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선 민화의 개념을 살펴보자. 

민화라는 용어는 1930년대에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 889~1961)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서, 그는 민화를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구입되는 그림'이라고 하였다.

19세기 서구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기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휴머니즘을 회복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이름없는 예술가가 이루어놓은 작품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문예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야나기는 그 영향을 받아 민예운동을 펼쳤고, 민화라는 용어도 창안하게 되었다. 따라서 '민화'라는 용어는 역사적 시대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야나기는 민화의 범주를 창의성보다 실용성이 강조되고 생활공간의 장식을 주목적으로 하는 민속적인 미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그림이라고 규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의식적으로 민화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 무렵으로, 그때까지는 민화의 개념이 싹트지 못한 가운데 4. 19 가 지난 뒤부터 낙관이 없는 어색한 그림에서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민화' 라는 어휘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민화는 민중에서 태어나고, 민중 속에서 호흡을 같이하며, 민중이 가진 복합적 상상체계를 가시적으로 표출하고 있는데, 그 내면에는 민중의 미의식이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민화는 그동안 정통 미술사에서 소외되어 연구의 대상이 되지 않다가 70년대 후반 민화 사재기 열풍을 겪은 뒤 민화에 대한 가치는 자못 높아졌으나 아직 그 학술적인 개념은 확립되지 않았다.

사실 한국의 민화가 언제부터 있었는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문헌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무엇을 그리고자하는 욕망이 있고 또 거기에 색을 칠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바 인류회화 발달의 역사를 더듬어 볼 때 민화란 제대로 그림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런 가식 없이 그린 그림이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 민화의 발생은 한국회화사와 때를 같이 했다고 하겠다. 

민화의 종류와 전성기

민화는 선사시대 암각화(岩刻畵)에서 물고기, 거북, 사슴, 호랑이 등에서 원초적인 화맥(?脈)을 찾을 수 있으며, 조선에 이르러 그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게 되어 여러 가지 종류의 민화가 제작되어 그 전성기를 형성하였다.

장식용 민화로 화훼, 영모, 초충, 어해, 사군자, 풍속화, 책거리도, 문방사우도, 기명절지도 같은 정물화 등이 있으며 유교 계통의 효자도, 행실도, 문자도, 평생도 등이 있으며, 불교계통의 산신각, 칠성각 등에 있는 그림과 탱화, 심우도 등이 있다. 

우리 민화는 민족문화의 여러 모습을 폭넓게 묘사했으며, 그 중에도 생활철학과 생활감정을 그림 속에서 구체화시키면서 민중의 생활 속에 정착하고 존속 해 왔다. 이 속에는 기원과 위안으로, 또는 보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따라서 민화는 민족의 창의성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고, 생활감정과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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