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의 릴레이 삭발식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식을 했고, 이에 앞서 10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삭발 했다. 여성 국회의원이 삭발한 경우 이례적이다.

또 지난 5월 2일 양산 윤영석 국회의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4명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가졌고,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삭발식이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삭발과 여성 국회의원의 삭발식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을까? 종교적 이유도, 치료나 미용도, 예술적 퍼포먼스도, 미용 절감도, 몸단장도 아닌 분명한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삭발이란 사전적 의미는 '큰 가위'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중세에는 삭발이 성직자와 세속인을 구별하는 기준이었으며, 사제가 세속적인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도 알려지고 있다.

일부 종교에서는 더 높고, 더 헌신적인 종교적 삶을 시작하는 의식으로 머리의 일부를 자르거나 밀어버리는 삭발을 행한다. 불교에서는 오늘날에도 승려로 입문하는 의식을 치를 때 삭발을 하고, 자격을 제대로 갖춘 승려가 될 때 또 다시 삭발 의식을 치르고 있다.

태국과 미얀마에서는 많은 남자아이들이 삭발한 후에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종교적 훈련을 받고, 힌두교도들은 소년시절에 정수리에만 머리를 남기고 다른 부분은 모두 삭발한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머리카락 자체를 아주 소중히 여겼고, 머리카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신분의 높고 낮음도 달랐다. 따라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죄인으로 표현하기도 하여 큰 죄를 지었을 때 머리를 자르고 산으로 들어가 스님이되거나 도피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예부터 신체발부는 수지부모(身體髮膚受支父母)라 하여 머리카락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일부로 함부로 하는 것을 불효라고 했다. 이처럼 머리카락은 신체 일부로, 군(軍)에서 병사가 전장(戰場)에 나갈 때 전사(戰死)에 대비해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잘라 보관하고 있다가 혹시 전사하면 이를 유품으로 가족에게 전하기도 한다. 

'제1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는 제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며 삭발식을 가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삭발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삭발은 단식처럼 건강에 해롭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강렬한 효과를 주는 이점이 있어 노동계에서 투쟁 의지를 다지며 전통적으로 치러 왔던 것이 최근 정치권에서 장외 투쟁과 함께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옛말에 머리카락까지 부모에게 물려 받은 것이니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런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해 머리를 다듬지만 삭발을 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고, 남자가 군에 입대할 때 삭발하는 것처럼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뜻으로 삭발을 하기도 한다. 

최근 정치권의 릴레이 삭발식은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함이 아닌 자신들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이다. 정치권의 릴레이 삭발 의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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