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 교수의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 <18> 숙맥(菽麥)

콩 속 사포닌 성분 비만 체질 개선
골다골증 치매예방 하며 머리도 좋아져

보리는 성질이 시원하고 맛은 달고 짜다. 사진설명 강신근 교수

「숙맥(菽麥)」은 (콩 菽, 보리 麥) 한자 뜻 그대로라면 「콩과 보리」를 의미한다.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한다는 말로, 너무나 아둔해서 상식적인 일마저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콩과 보리」가 「너무나 아둔해서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관계를 밝히려면  「숙맥(菽麥)」이 본래 어떤 말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숙맥(菽麥)」은 본래 「불변숙맥(不辨菽麥)」에서 불변(不辨)이 생략된 말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역사서인 「춘추」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로 기원전 700년경부터 약 250년간의 역사가 쓰여 져 있다.)에 나오는 성공(成公) 18년의 이야기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귀족들 사이에 권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진려공(晉?公)이 서동(胥童)을 편애해서 국권을 그에게 일임하자 난서, 중행언(中行偃) 등은 우선 서동을 잡아 죽인 다음 진려 공마저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서 진양공의 증손인 주자(周子)를 임금으로 내세우고 실권은 자신들이 장악하였다. 그리하여 이제 겨우 열네 살밖에 안된 주자는 명색이 임금이었지 사실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서와 일부 귀족 대부분은 주자가 특별히 총명하고 재질이 출중하다고 떠벌이는 한편 주자의 형은 아둔해서 임금이 될 수 없다고 소문을 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는 이에 대해서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지혜가 없어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해 임금으로 세울 수 없었다(周子有兄而無慧 不辨菽麥 故不可立)」 라고 쓰고 있는데, 불변숙맥(不辨菽麥)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 즉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할 때 「숙맥(菽麥) 이라는 말을 쓴다.

콩은 20세기 들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산과 이용 면에서 세계 최고의 신데렐라 작물로 부상하였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밀레니엄 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콩을 삼국(三國)시대부터 재배하였다. 콩은 세계적인 식품으로 1,000여 가지의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은 밭에 나는 고기라고 할 정도로 농작물 중에서 최고이며, 구성 아미노산의 종류도 육류에 비해 손색이 없다. 콩에 비타민 B군이 특히 많고 A와 D도 들어 있으나 비타민C는 거의 없다. 그러나 콩을 콩나물로 재배할 때에는 씩이 돋는 사이에 성부의 변화가 생겨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이 된다.

세계 장수촌의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 「빌카밤바(Vilcabamba)」는 질병이 없는 「면역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 장수 노인들의 건강 묘약은 콩이다.   

콩의 사포닌 성분이 비만체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사진설명 강신근 교수

콩은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다. 콩의 주요 건강 효과에는 체중 감량, 골밀도 증강, 유방암 발병률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콩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여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콩 속에는 사포닌 성분이 비만 체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콩을 많이 먹으면 치매를 예방하고,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머리를 뜻하는 머리 두(頭)에는 콩 두(豆) 들어 있어 콩은 머리를 좋게 한다)  이는 콩 속에 들어 있는 유효성분인 레시틴이 뇌세포의 활동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 연구에 의하면 "콩 속에 함유되어 있는 인지질은 대뇌활동에 필요한 물질로 뇌 세포 발육을 촉진 시키며 기억력을 증강시키고 사유력을 키워주어 어린이에게 아주 좋은 식품이며,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작용도 있으며 심혈관이나 뇌혈관에 아주 좋은 식품이다.

또 콩은 항암 작용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장의 기능을 개선하여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데도 기여한다. 대신 소화기관이 약한 분들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보리는 쌀과 함께 우리가 많이 섭취하는 곡물중 하나로 성질이 시원하고 맛은 달고 짜다. 보리는 대맥(大麥)으로 소맥(小脈)인 밀과 구분하여 쓴다. 보리의 효능으로는 면역력 강화와 노화방지를 들 수 있으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를 편안하게 하며 소화를 돕고 관장작용이 있으며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시는 분들은 여름철에 찬 성질을 가진 보리밥을 자주 먹든지, 보리차를 즐겨 먹으면 여름을 잘 보낼 수 있기에 권해본다. 

보리를 싹을 틔워 먹는 방법을 안내해 드리겠다.

'새싹보리'란 보리에서 싹을 틔운 뒤, 10~20cm 가량 자란 어린잎을 말한다. 새싹보리는 영양소는 풍부하면서 열량과 당분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비만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며, 특히 씨앗이 가지고 있는 좋은 성분이 새싹으로 이동하여 기존의 영양성분을 몇 배로 증폭하게 되며 새로운 영양소들이 생기는 것이다. 장 기능 활성화, 변비 예방에 뛰어난 식이섬유가 고구마의 약 20배정도 많이 함유돼 있다. 그리고 철분은 시금치의 약 24배정 많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효능으로는 중성지방을 생성하고 합성하는 것을 억제하고 지방 분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농촌진흥청이 고려대 식품공학과 이성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새싹보리 추출물의 혈중 알코올 농도 경감 효능을 위해 실시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새싹보리 추출물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요소인 아세트알데히드(ALDH)의 발현을 약 2.4배 촉진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간 기능을 개선하는 것을 확인했다.'이는 실험용 쥐 40마리를 알코올만 섭취한 대조군과 새싹보리추출물과 알코올을 같이 섭취한 실험 군으로 나눠 3시간 뒤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새싹보리를 먹인 쥐는 알코올만 섭취한 쥐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대 24%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도한 실험쥐에 새싹보리 추출물을 10일간 먹여보니 간 조직 내 중성지방이 약 26% 감소했다. 

또 보리를 5cm정도 싹을 틔운 맥아(麥芽)는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달며, 비장과 위장에 들어가서 소화를 잘 시키며, 중초를 편안하게 한다. 가정에서 식혜를 만들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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