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 씨앗은 수십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땅을 뒤집는 공사를 하면 발아한다. 양산에서 양산천, 황산공원의 낙동강에서 가시연이 발견된 계기는 4대강 살리기사업 중 낙동강 정비사업을 한 덕분이었다.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반대하였는데, 역설적으로 양산에서 가시연이 발아한 것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 양산천 정비사업 때문이었다.

충남 홍성군 역재방죽공원, 경포습지 조성할 때도 가시연이 발아하였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주변의 습지에 서식하던 가시연은 대규모 농경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식량증산 계획에 따라 1970년대 초반에 큰 산을 하나 깎아서 경포호수 주변 습지를 농경지로 만들었고, 구불구불한 하천은 바르게 직강화하였다. 사라진 경포습지의 가시연은 문헌, 구전으로만 전해졌으나, 습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땅속의 휴면 종자가 발아하였다.

경포습지는 평상시에는 생태습지의 역할을 하며, 홍수 시에는 홍수터의 역할을 하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사업비 140억 6천 8백만 원(국비70%, 도비9%, 시비21%)을 들여 강릉시 운정동 644번지 일원에 수질정화습지, 생태습지원, 경포습지 등을 조성했다.

환경부가 주최한 '2018년 생태하천복원사업 우수사례 콘테스트'에서 '경포호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복원사업 전 162종에서 복원 후 237종으로 75종 증가, 조류의 경우 복원사업 전 105종에서 복원사업 후 115종으로 10종 증가, 어류의 경우 복원 전 19종에서 복원 이후 46종으로 27종이 증가했고, 멸종위기야생생물인 가시연과 조름나물, 수달과 삵, 큰고니, 물수리, 흰꼬리수리 등 생물 다양성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심, 온도, 빛 조건 등이 땅속에 살아있는 휴면종자(매토종자) 발아에 최적조건이 형성되면 가시연이 자연발아 된다. 생물 군집에서 일어나는 현상에는 ① 천이(습생천이, 건생천이), ② 교체변화(삼림에서 수관교체), ③ 변동이 있는데, 가시연의 발현은 ③ 변동에 해당된다. 변동이란 서식지의 환경변화로 군집구조나 종(種) 조성이 교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복원이란 자연환경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혹은 건강하거나 활발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가시연 발아는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다.

양산천이나 낙동강에서 가시연을 보기가 쉽지 않다. 황산공원의 낙동강에서 작년에는 가시연꽃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생태물길 조성으로 많이 사라졌는데, 내년을 기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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