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많은 수집가들이 우표, 동전, 화폐, 책, 잡지, 복권, 차표, 전단지, 신문 기사 스크랩, 술병, 골동품, 레코드, 전화기, 볼펜, 만년필, 성냥곽 등 다양한 물품을 모으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수집가들은 값이 나가거나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값진 물건을 대상으로 수집하고 있다. 우표, 지폐, 동전 등은 발행연도가 오래 되었거나 수량이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있을 때 그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이에 비해 영수증을 수집하는 수집가는 없었다. 영수증은 전국의 모든 가정마다 너무 흔하고 모아봐야 전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수집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남다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성봉경 씨는 일반인들이 무가치하게 여기는 영수증을 눈여겨보며 전국 최초로 수집대상으로 삼았다. 과거에 국민 대부분은 여러 가지 영수증을 받으면 일정기간 보관했다가 버리거나 받는 즉시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성봉경 씨는 자신이 납부한 모든 종류의 영수증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 적십자회비, 춘계 및 추계 도로정비비, 방범비, TV시청료, 신문 구독료, 전기요금, 무선호출(삐삐) 청약금, 무선호출 가입료 및 월 사용료, 전화요금, 의료보험료, 도로교통안전협의회회비, 우유대금, 부산지검 벌금납부 영수증 등을 종류별, 연도별로 체계적으로 모았다. 

1990년 영수증에서 우유값은 240원이고, 1982년 방범비 영수증을 보면 자택 보유자는 200원, 셋집 거주자는 100원으로 차등 징수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영수증을 통해 서민 생활의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사회생활이 급변하여 없어진 영수증을 보면서 시대 변화상을 체감하기도 한다. 

하찮게 보이는 영수증도 서민생활의 단면을 나타내는 역사의 생생한 자료다. 국민의 4대의무인 납세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증거로 가치가 있다.

성봉경 씨가 영수증을 수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선친의 수집 스크랩북을 보고 난 후부터다. 부친은 자유당 시대 초대 경남 도의원을 지낸 분인데, 신문 기사, 상표, 차표 등을 모았다고 한다. 성봉경 씨는 영수증, 전단지, 볼펜, 복권, 우표 등을 체계적으로 모아 수집품이 방대하다. 앞으로 귀중한 역사 자료를 양산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또한  수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관 건립을 도와줄 독지가를 찾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부해야 할 공과금을 성실하게 낸 성봉경 씨의 삶이 기록된 영수증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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