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볼거리·즐길거리를 함께 줘야"
스틸 조각의 차가움, 휴머니티로 순화
선과 면 어우러짐이 삶의 순환과 닮아

권달술스튜디오를 지난 4월부터 열고 있는 권달술 작가.

권달술 스튜디오(대표 권달술)가  지난 4월, 양산시 상북면 충렬로 828에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전 신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였던 조각가 권달술 씨에 의해 지난 16여 년간 그 면모가 다듬어져 온 곳이다. 권 씨는 이 공간을 열면서 맨 먼저 자신의 창작 인생을 회고하는 '공간예찬 야외조각展'을 지난 19일까지 펼친 바 있다. 

권달술 작가는 1943년 경남 언양 태생으로 서울대 조소과와 동아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다. 작가는 '공간과 관계성'이라는 주제로 오랜 시간 자신만의 창작기법으로 새로움을 구현해 왔다. 이러한 그의 창작개념을 실현시켜주는 기반은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틸·돌·청동 등의 영구불변 재료다. 

그의 작품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앙리 마티스가 대상의 본질적 속성을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내려 했던 색종이 조각물과 묘하게 겹쳐짐을 경험한다. 나아가 그의 작품은 선과 면이 분리돼 조형된 듯 보이지만 본래의 대상과 일맥 맞닿아 있다. 그렇다고 단순 배열돼 쌓아지고 덧붙여지는 구축물의 형상은 아니다. 그러니까 대상이 가진 본래의 형태가 작가에 의해 잘려지고 떨어져나간 것 같지만 그것들은 작가 감각에 의해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본래 대상에 연계돼 조형된다.예컨대 하나의 철판이 작가에 의해 면과 선으로 나눠져 절단되고 그 조각조각들이 때로는 휘어지거나 때로는 펴져 극단의 새로움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래서 대상과 개념의 본질은 앞에 서 있고 그에 관계된 여러 이야기들이 개별적 구조로 관람자들의 감성을 울리는 것이다.

권달술 작가가 자신의 야외조각전시장 작품을 지인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달술 작가는 "마음 속 주관적 개념이 아닌 가시적 형태를 재밌고 흥미롭게 보여주려 했고 그 대상으로 육면체의 외곽선을 선택해 조각했다"면서 "그러한 대상을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 직선을 곡선화, 때로는 곡면화시키면서 리드미컬한 운동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단순히 직선만 그어 버리면 정형화된 상태로만 고정되지만 육면체의 외곽선을 창작자로서 가지는 재미난 유희로 작품을 완성하려 한다"고 작품제작방법을 말한다. 덧붙여 "이러한 작업과정을 통해 여러 선과 면은 다양한 변화를 가지면서 더불어 물질이 내뱉고 있는 강함이 인간적 유함으로 재탄생되게 된다"고 설명한다. 

권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조각이 볼거리가 돼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감상자들은 기분뿐만 아니라 삶의 에너지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여러 유희는 두껍고 무거운 중량의 철판이 작가에 의해 임의로 잘려지고 때로는 그것이 철판의 옆에 가 꽂히기도, 또 그 하중을 견뎌 줄 와이어가 연결돼 걸어지는 형태뿐만 아니라 작가에게는 카타르시스, 관객에게는 흥미로 새겨지게 된다.

이에 작가는 공간에 대한 관계성을 볼거리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살아가면서 접한 세상에 대해 견해에서 나온 우연성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관계라는 것은 원래 하나이던 것을 둘로 만들어 그것을 다르게 배치하면서 만들어지는 역설을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권 작가는 공간과 덩어리와의 관계라고 말한다. 더불어 인간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게 상대적 관계 속에서 정립된다. 따라서 모든 것은 관계가 형성돼야 교감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역설이라는 것은 직선을 곡면으로 만들어 인간적인 면을 구현한 것 같이 스테인리스 스틸의 차갑고 도시적인 모습을 부드럽고 유연한 곡면으로 재해석해 낸 것과 맞닿는다.

그가 한편에서 지향하는 기념비적인 조각물의 형태 또한 그러함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조각의 사명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봐 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재료가 영구적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돌이나, 쇠, 청동을 넘어 강화유리조각 등과 현대미술에서 보이는 바람과 소리 또한 추가될 수 있다. 

어떻든 너무나 차가워서 비인간적인 듯 느껴지는 스틸 조각의 안은 광을 내고 밖은 무광으로 처리하고, 또 색의 다양화를 통해 리듬감을 새겨 넣고 이를 더 즐길 수 있게 조각의 외형에 모터를 달아 움직이는 조형물을 구축해 낸 그의 반짝거리는 창의성이 소년의 호기심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치 꿈 시리즈처럼 보이는 그의 선과 면의 어우러짐은 인간 삶에서 무수히 보여지는 순환을 직감하게 한다. 그가 만들어낸 기하학적 직선의 인간적인 탈바꿈. 현 시점에서 여실히 바라게 되는 관계이지 않을까. 아마 권달술 작가는 이미 오래전 이러한 상상을 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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