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는 말이 있다. 어버이는 나의 육신을 낳아서 키워주고, 스승은 학식과 인격을 연마하는 길 잡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옛날처럼 교육 받기가 어려운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교육이 일반화 되고, 학문의 상징이였던 대학공부가 보편화 되면서 스승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도 옛날 같지 않은 것 같다.

유교적 사고방식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학문 연마인 '글 공부'가 곧 출세의 길이였던 조선시대엔 스승의 권위가 정말 대단했었다. 어버이와 동일시 되거나 어버이에 버금가는 존경의 대상이였다.

임금을 섬기고 어버이에 효도하는 충효(忠孝)를 근간으로 하여 스승을 존중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가장 큰 덕목중의 하나였다. 또 학문(공부)하는 것을 자식 연마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학문을 갈고 닦은 것은 종교적인 의미로 도(道)를 닦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사회에서 스님이나 목사, 신부등의 종교적 지도자를 존경하듯이 옛사람들은 글공부를 가르치는 훈장을 높이 평가하며 존경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엔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누구나 다 대학을 가는 시대고, 학교 교육이 상업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교육을 지식을 키우고 인격을 연마하는데 쓰이지 않고, 돈벌이하는데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나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지식이나 학문, 인격도야가 아니고, 우선 비싼 과외비와 학원비 걱정이 앞선다.

배우는 학생은 지식을 키우고 학문을 배워, 참되고 보람과 가치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출세나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는 생각이고, 학교측도 교육비를 보다 더 많이 받는데만 치중하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이었지만, 교육계에서는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몰염치한 교사와 극성스런 학부모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촌지' 문제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나 교사들은 건전한 교육풍토조성에 힘을 기우려 왔다. 성실하고 선량한 대다수의 교사들과 자식 사랑에 열과 성을 다하는 건전한 학부모들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킨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과 사람, 제자와 스승 사이는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뛰어넘어 그야말로 순수한 인격대 인격의 관계이다. 부모가 자식을 여럿을 키우면서 자식들에 배푸는 사랑처럼,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대다수의 충직한 교사들 역시 열제자, 천제자가 있어도 모두 다 소중하고 자식처럼 귀하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 교직생활을 해온 필자의 지인은 제자와 스승처럼 신뢰와 사랑이 한결 같이 변치 않은 인간관계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인정이 야박스럽다 해도, 부모 자식 사이와 마찮가지로 스승과 제자관계는 영원한 사랑과 신뢰의 표상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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