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손명진 개인전
대기·산·바다·구름·하늘, 한 편의 파노라마
문학적 소양 다분, 언어 유희 통한 서정 그려
문명 인한 자연 파괴, 역설적 화면으로 승화

오는 12일까지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손명진 작가의 화면은 온통 자연으로 가득차 있다.

30년 째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는 화가 손명진 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손 씨가 캔버스에 올린 각각의 이미지들이 작업실 가득 한 폭의 자연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그가 구사해 놓은 울트라마린블루(진청색)는 손 작가의 모든 작품에서 이미지와 이미지들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촉매제가 돼 시각적 환기를 돕고 있었다.

그는 "'대기'에도 색이 있고 그 색은 울트라마린블루"라고 설명한다. 손 씨의 말처럼 그의 화면에서 대기는 진청을 뿜어내는 에너지로 존재한다. 예컨대 그의 드로잉에 입혀진 진청은 눈을 감아도 보이는 신기루이면서도 또 한편 명확히 하나의 거대한 존재로 각인되면서 화가 손명진의 존재를 기억하게 한다.

특히 '멀리 떨어져 눈을 감아도 보이는 섬'이라는 부제 아래 '꿈 꾸는 섬 울릉도'를 그려낸 손 씨의 작품은 확연히 이러함을 반증해 준다. 대기와 바다, 하늘과 산이 서로 어깨를 기대 한 편의 파노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의 화면에는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노래하고 산에 물이 흐른다. 이러한 손명진 작가의 여덟번 째 전시가 오는 12일까지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지난 6일부터 열린 그의 전시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가 자연에 대한 심상을 주 소재로 한 이유는 어린 날의 서정 때문이다. 전남 장흥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가 기억하는 유년기는 언제나 자연과 동화된 시간이었다. 

"하늘을 쳐다보면 언제나 구름이 흘렀고 그 시절의 구름은 지금은 향수"라고 밝힌 손 씨는 그 맑고 청아했던 자연을 잊지 못한다. 더불어 현재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연에의 파괴에 심한 분노와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그의 자연이 주로 초록과 파랑으로 화면에 보여지는 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그는 '콘크리트', '문명' 등 부득이하게 우리 삶을 지탱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 내지 반감을 역설적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려 한다.

이와 관련해 손명진 씨는 유화물감으로 일명 서양화를 그리는 작가지만 동양화기법 중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붓의 유희'를 동경한다. 특히 그는 '선' 중심의 이미지를 신랄하게 그려내고자 하면서 간략한 언어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 이러함이 깃든 이유는 자신이 사사한 김일랑 선생의 영향이 크다. 중견화가인 김일랑 선생은 자신의 관점으로 자연을 재해석해 낸 이미지로 유명하다.

손 씨의 그림 안에는 문학적 소양이 다분하다. 그는 종종 "이런 날엔 더욱 더 입을 열 수가 없다"처럼 언어유희를 통한 서정을 그림과 함께 가져간다.

그의 풍부한 감성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그의 감성은 하이쿠 시를 쓰면서도 발산된다. 요즘 그는 간단한 언어로 깊은 심상을 드러내는 하이쿠 시에 흠뻑 매료돼 있다. 

손 작가의 감성 발산은 여기서 뿐만이 아니다. 그는 팬플룻을 통한 음악적 공간도 구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열고 있는 유화교실과 더불어 일반인 대상 팬플룻 교실도 진행 예정이다.

그는 문화예술이 대접받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라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바람들을 아주 소소하게 가져가려 한다. 

손 씨의 이번 전시에서 진행되는 관람객 대상 '캐리커쳐 그려주기'도 그의 이러한 실천요소 중 하나다. 그의 소신이 실현되는 그 날을 함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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