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관행적 수수료 ‘떼먹기’…3년간 800억대
무료 탁상자문 통해 대출 진행…정식의뢰 14%대 불과
서 의원 “철저히 조사해 불공정 거래 강력 제재해야”

시중 은행들이 감정평가사들을 상대로 수수료 800억 원을 미지급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양산을, 국토교통위원회)은 은행들이 감정평가사들을 상대로 감정평가를 하고서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감정평가사에게 실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을 지연해 왔다고 밝혔다.

담보 등의 감정평가 계약은 ‘위임계약’으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은행은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수수료 협약에서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만 지급하도록 정하고, 대출실행 지연 등 사정이 있는 경우 수수료 지급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서 의원의 설명이다.

더욱이 감정평가사는 금융기관이 대출실행 여부를 통보해주지 않는 이상 그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경우의 실비 지급은 물론,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도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했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지급액은 실비, 수수료 등을 포함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총 805억 4,6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은행별로 △농협중앙회가 163억 3,1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KB하나은행 106억 3,700만 원 △기업은행 99억 9,100만 원 △농협은행 77억 1,700만 원 △신한은행 74억 800만 원 △국민은행 59억 6,900만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지급 수수료는 2016년 118억 5,600만 원, 2017년 158억 9,000만 원, 2018년 42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18년은 전년 대비 2.6배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 의원은 이들 금융기관이 서비스 성격인 ‘탁상자문’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불공정거래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무료 자문을 통해 대출을 진행하고 정식 감정평가는 의뢰하지 않게 돼 부실대출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법인 전산시스템 등록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등 금융기관의 탁상자문은 법인 탁상자문 기준 257만 건이지만 정식 감정평가 의뢰는 38만 건으로 탁상자문 대비 1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013년 8월 서울 8개 시중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에서 무보수의 탁상자문을 요구하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도 금융기관 등은 탁상자문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거나 협약에 없는 경우에도 탁상자문을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 의원은 이들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 등에 전달하면서 “감정평가 선정권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철저한 조사 통해 위법행위를 엄단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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