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가 진미경

 

시낭송가 진미경 씨.

 

철학도에서 시낭송가로의 정체성 만들어
'지적 허영끼' 바탕된 나눔봉사에도 열정

 

"시낭송을 하면서 표정과 감정표현이 달라졌어요"

얼마전 아들 결혼식에서 사돈이 쓴 시를 낭송했다는 시낭송가 진미경 씨를 만났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선량한 눈빛이 여성스런 그녀의 몸짓과 만나 사뭇 다른 그녀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진 씨의 목소리는 상대를 주목시키기면서도 '그녀는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진미경 씨는 원광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83학번인 그녀는 고교시절 당시 전교생 600명 중 유일하게 철학과 지망생이었다. 청소년기부터 이미 문학에 심취한 진미경 씨는 철학이 문학의 기저에 있으며 인문학의 한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좀 더 심오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진 씨의 부모님은 향후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그녀의 진로를 그리 반기지는 않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생선장사를 하더라도 꼭 철학을 하겠다”는 그녀의 의지에 부친은 등록금이 든 통장을 그녀에게 건넸다.

이후 진 씨는 학부를 마치고 좀 더 깊은 철학탐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다 경상도에서 유학 온 남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의 둥지를 틀었고 남편의 업을 따라 현재 양산에 정착하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20여 년간 살며 시할머니를 비롯한 시어르신 봉양에도 마음을 다했다. 그러한 시간 동안 진미경 씨의 자녀 두 명은 훌쩍 성장했고 또 현재 훌륭한 인생을 살고 있다.

진 씨는 스스로 ‘지적 허영끼’가 많다고 진단한다. 그러한 까닭인지 그녀는 지금까지도 ‘나를 찾는 여정’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진미경 씨는 지난 2016년 우연히 ‘(사)시 읽는 문화’ 대표인 김윤아 씨의 시낭송 모습에 반하면서 이후 섬세한 수련 후에 현재 ‘시낭송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시 읽는 문화'는 문화관광부와 교육부에서 자격증과 인증서를 주는 단체다. 여기서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잠시 쉬던 또 다른 자아를 찾게 됐다.

특히 지난 2017년 ‘제11회 이육사전국시낭송대회’에서 대상, '부산전국풀잎시낭송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일은 그녀를 시낭송가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자기만족에서 시작한 시낭송이지만 현재는 시낭송을 통해 사회에 봉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녀는 "앞으로 다양한 여러 장르와 컬래버한 시낭송가로서의 삶을 살 예정"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한 방편으로 진 씨는 현재 '시 읽는 문화'에서 이사직을 맡으며 시낭송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시낭송을 통한 기대효과로 "짧은 시기에 가장 정제된 언어로 노래처럼 쉽게 인문학적 소양과 언어를 익힐 수 있다"고 확신하는 진미경 씨는 시낭송 수업에서 접한 가슴 뜨거운 몇몇 사례 중 하나를 소개했다. "아들을 떠나 보낸 한 70대 할머니가 6개월간의 시낭송을 통해 자기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는 진씨는 "단지 시 한편 안내했을 뿐인데..."라면서 소회를 밝혔다. 

그녀는 또 아동양육시설인 사회복지법인 '애육원'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렇게 그녀는 자신의 재능기부와 더불어 소외된 여러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나아가 국제장애인협의회에서도 시낭송강좌를 열고 나눔봉사에 여념이 없다.

이렇듯 그녀는 매 순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면서 시낭송을 하기 위한 시 선정에도 세심한 마음을 다한다. 그녀에 의해 선택되는 시는 그 내용이 길지 않고 또 깊게 사색하지 않아도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내용이다. 진 씨의 이러한 자세에는 시낭송이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접해 있는 장르가 아닌 누구나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대중화'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진 씨는 "강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삶에서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을 시낭송수업을 통해 표현"하게 한다고 그녀의 수업을 소개한다.

 

진미경 씨는 시낭송을 하면서 각별한 이들과 만났다. 왼쪽부터 진미경, 정명지, 추언주, 이미자 씨.

 

한편 그녀는 시낭송 수련을 하면서 만났던 이들과의 친분과 자기발전에도 서로 힘을 보태고 있다. 그 중 한 명인 기장군에 사는 이미자 씨는 "어릴 때부터 책을 잘 읽는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면서 "시낭송을 시작하고 시인들이 은유해 쏟아낸 글을 읽다보니 영혼이 정화되면서 우울함도 희석되는 느낌"이라고 시낭송의 매력을 설명한다. 시낭송을 하는 이들 중에는 현직 시인도 있다. 상북면에 사는 정명지 씨다. "시낭송은 자기 치유의 장르"라면서 "자기 시만 쓰는 것보다 타인의 시를 읽게 되면 그 사람의 시 세계를 연구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아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을 언주'라고 본인을 소개한 추언주 씨는 "시낭송을 하면서 얼굴 성형을 한 듯 예뻐졌다"면서 "볼펜을 물고 발음을 연습하던 때가 새삼스럽다"고 소회했다. 추 씨는 얼마 전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극팀에 참여해 유관순 역할로 '그날이 오면'을 낭송한 바 있다. 진미경 씨는 이 팀에서 명성황후 역할로 소임을 다했다.

진미경 씨는 현재 청조갤러리(관장 강미옥)에서 매주 수요일 2~4시에 60분간 시낭송수업을 한다. 처음에는 수강료를 안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무료로 하면 책임감이 없어진다는 주위 조언에 따라 월 2만 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그녀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을 특별히 홍보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서 "한 편의 시는 끊임없는 마음을 이끌어낸다"고 명시하면서 서정시의 대가 정현종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등의 시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 없으며 그 안에 태풍 몇 개와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들어가 있다"는 장석주 시인의 서정처럼 그녀는 "시 속에서 삶을 그려내고 삶 속에서 시와 동행하는 시간을 만들어내려"한다. 그녀의 삶이 엿보인다.

앞으로 그녀는 양산지역에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는 시낭송회'를 추진하려 한다. 이것의 작은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중부동 '젊음의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진미경 씨가 가진 아름다우면서도 진정성 있게 나누는 삶이 그녀의 넉넉한 웃음과 중첩된다. 이는 '서사의 뜨거운 울림'을 안고 있는 시낭송의 공헌화와 그녀의 삶이 온전히 동행하고 있을일테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