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선다회'

총 4년간의 과정을 통해 선다회 회원들은 각종 의례에서 '헌다'하며 선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 시작, 전통·현대 접목한 차문화발전 주력

윤옥자 회장 "욕심·집착 덜어낸 자기수행법으로"

 

차에는 달고 쓰고 맵고 떫고 신, 다섯 맛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잘 끓여진 차는 이 맛들의 경계를 잘 구획하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이 다섯 맛들의 어울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최고의 차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차 맛을 두고 인간의 삶도 차 맛을 닮았다 여긴다. 상황에 따라 여러 맛을 경험하는 인생이지만 그것들이 조화롭게 어울렸을 때 좀 더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 통도사 선다회에 모여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차문화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차를 통해 각자의 마음을 나누고 보듬으며 상생한다. 나아가 이러한 나눔과 상생은 교육을 매개로 이뤄진다. '통도사 선다회'는 1990년 이전 당시 차를 주관하던 스님이 차를 좋아하는 신도들에게 불교교리와 다신전, 동다송 등을 통해 다도를 공부하게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스님 주관 후 신도들이 주축이 돼 회원들을 구성했고 이들을 위주로 부처님 전에 차공양을 올리는 의식뿐 아니라 사찰의 각종 행사를 돕는 헌다가 주축이 됐다. 이후 이를 배우던 신도들이 1기 과정을 끝내고 들어오는 후배들을 지도하게 됐고 현재는 격식과 예를 다하는 사찰문화로 재정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도사 선다회 윤옥자 회장.

 

차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이러함 이전에 차를 통해 스스로 '자기정화'를 시도한다. 이는 '선(禪)'의 정신적 가치와 합일된 정점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단순한 차 마심의 향유가 아닌 자기행복의 적극적 구축이며 '좀 더 평화로운 삶'을 향한 일종의 제례라 명명할 수 있다.

'차(茶)'는 우리나라에서 때때로 '다'로 읽힌다. 이유에 관해 여러 견해가 있지만, 어쨌거나 '차문화'나 '다도'나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표음처리로 '차(cha)'라 읽힌다. 우리나라에서 '차'라는 말은 다산 정약용의 '아언각비'에서 식물의 한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선 어린 차를 따 그것을 불에 덖거나 쪄서 말린 것을 우려 마시는 것이 차문화의 시초라 말한다. 이에 앞서 이미 그 이전에 중국 육우(728~803)의 '다경'은 차를 만들고 달여 그것을 마시는 법과 도구 등에 관해 기록했다. '다경'에 의하면 차는 비가 적잖이 내리는 따뜻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며 이러한 차나무 전체는 물이 가득하고 잎은 치자와 같고 꽃은 흡사 작은 흰장미와 같다. 줄기는 정향처럼 향이 있고 뿌리는 호두를 닮았다.

중국에서 전래된 차문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전파와 함께 삼국시대부터 활발히 전개됐다. 하지만 차문화는 이미 고조선부터 시작됐다는 데 방점을 둔다. 당시 우리 선조는 차를 '신성(神性)'의 경지에 두고 각종 의식에 사용했다. 이러한 차문화는 특히 백제를 중심으로 좀 더 융성한 발전을 이뤘다. 현재까지 전라도 지역에서 차나무가 많이 생산되는 것으로 봤을 때 전라도를 주 영토로 뒀던 백제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거기다 백제가 차로 유명한 중국 화남지방과 교역이 잦았다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거기다 백제영토를 중심으로 현재 차 도구 유물들이 많이 발견되는 점은 이를 고증하고도 남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는 흥덕왕 때부터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져다 심었고 통일신라 선덕여왕 시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를 즐겼다고 한다. 반해 고구려는 북쪽에 영토를 둔 까닭에 차문화가 화려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총' 등 고구려 벽화에서 차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이를 통해 당시 차생활을 엿볼 수 있다. 여담으로 고구려 승려들은 자기수행법으로 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물론 삼국시기에 차를 즐기던 부류는 귀족층이다. 특히 왕족들은 차를 접대와 예물형식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고려에 와서는 차가 각종 의식의 매개물로 사용됐으며 불교융성책에 기반해 포교성을 확보한 자기수행 철학이 됐다. 하지만 조선의 억불숭유정책(불교 억누르고 유교 숭상)은 차문화를 다소 주춤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려들은 참선 도중 졸음을 쫒기 위한 매개로 차를 사용했고 손님을 접대함으로써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수양을 전개할 수 있었다. 특히 조선시대의 제다법은 해남 대흥사 등지나 나주 불회사, 장흥 보림사 등지에서 각각의 독창한 제다법이 전해지고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국내에 차밭을 매입해 경작했다. 여기다 일본 품종인 '야부다기'를 재배했고 일본정신의 다도문화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차 재배면적은 늘어났고 재배기술 또한 변혁을 가져왔다. 특이사항은 1930년 경부터는 여학생 대상 강제 다도교육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이후 광복과 함께 차문화는 커피 등 서구음료에 밀리는 상황이 초래됐고 우리의 다례, 중국의 다예, 일본의 다도 등이 혼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차문화는 어떻든 그 명맥이 여러 방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현대에 와서 '다도'는 몸과 마음을 맑히는 온전한 심신수행법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개인·단체 할 것 없이 이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면서도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고 있다.

통도사 선다회의 수련 또한 고유의 화법으로 회원들에게 자기수행의 화두를 쉼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선다회는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게 차를 다려 마시는 기초행다법과정을 거쳐 수련·연구·사범과정을 각각 1년씩 거쳐 마치게 된다. 선다회는 일단 '사찰다회'라는 특성상 차를 통한 심신수련에 그 뜻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포교가 기반이 된 차문화가 보급확산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불교교리가 바탕이 된 차공부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헌다'라는 봉사의식을 '스스로 나를 찾는'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이들은 차 맛·향·색을 논하면서 자신의 오감을 깨우는 데 분주하다. 더불어 자기 기도와 자기 성찰에 게으르지 않다. 윤옥자 회장은 "차를 마시면서 차 수행법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소명을 넘어선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윤 회장의 말을 바꾸면 세상 이치와 세상사는 지혜를 선다회를 통해서라면 확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활다례·가루차·접빈다례·오행다례 4년 과정

육법공양·적멸보궁헌다례·부도헌다례에 '헌다'

불교교리 설법, 녹차·연차·다식·다화 만들기도

 

선다회는 생활다례를 배운 이후 가루차, 예의를 갖춰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접빈다례, 오행다례가 교육된다. 윤 회장에 따르면 선다회만의 특별함이라면 '오행다례'를 수업한다는 것이다. 오행다례는 동양전통의 우주론에서 출발한다. 오행은 우주의 5가지 성질인 목·화·토·금·수를 말하며 이를 주축으로 인간의 5대본성을 자각하는 것이다.

작법은 헌다(잎차), 진다(가루차, 휘종 황제의 대관다론 말차점다법), 끽다(잎차)의 순으로 한다. 이때 헌다는 부처님 전에 먼저 차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행다례'는 그 법이 심오해 타 다도협회에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과정이다. 거기다 선다회에서는 지도법사승려에 의한 불교교리강좌 등이 1년에 몇 차례 이뤄진다. 이외 선다회는 육법공양, 헌다, 적멸보궁헌다례, 부도헌다례, 템플스테이 등의 각종 행사에도 참가해 '헌다'의 참선을 이행한다. 또한 야외수업으로 녹차·연차만들기를 진행하고 들차회라는 조직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공방 등을 견학해 차에 맞는 도기를 살펴보며 미적감각도 고취시킨다. 더불어 다신전, 동다승, 기초다도학, 도자기자완이론, 한국차문화사, 세계의 차, 다식만들기, 다화 조형하기 등 다채로운 수업과 활동도 겸하게 된다.  

윤옥자 회장은 "선다회에 오면 일단은 예뻐집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과 수행의 4년 다도과정을 접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의 모습이 많이 달라짐을 확인한다"고 강조한다. 차를 마시고 올릴 때 욕심과 집착을 덜어낼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울러 차를 마시는 바른 법을 알게 되면서 자기 정체성 확립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석성우 스님은 다인 5계에서 "남의 말을 하지 말고 스스로 충실하며 겸손하고, 남에게 베풀되 뒷모습으로 베풀라"고 했다.

윤 회장은 "이러한 부분을 바탕으로 선다회는 지금까지 내려온 전통적인 부분은 계승하면서 현대에 적합한 차문화발전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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