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명장은 관념의 차이를 미묘하게, 또 예술적으로 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독자적 감각으로 매년 전시회 열어
드릴 등등 기계사용해 완성도높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목공예 명장이 양산에도 산다. 그의 손길이 죽은 나무에 닿으면 생명의 꽃이 핀다. 바로 하북면 진목리에 ‘한목공예디자인연구소’를 두고 있는 김용철 씨.

“현대공예는 전통적 요소를 재창작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김용철 명장은 “이러한 재창작은 후대에는 다시 전통이 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문화재’의 정의를 확고히 새기고자 한다. “문화재는 사물이든 사람이든 전통을 사사한 현대가 이를 더 견고히 당시 상황에 접목시킨 또 하나의 창작이었을 때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주장 이전에 이미 현대예술은 ‘새로움의 충격’이라는 모더니즘의 전통을 안으면서도 이를 또 해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어제의 새로움은 또 오늘의 전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명장은 똑같은 작품 생산에 안주하지 않고 매년 전시회를 연다. 국·도·시비를 지원받든 초대전에 응하든 간에 상관없이 자신의 새로움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가지려는 의지다.

그는 기계사용에 능하다. 김 명장에게 있어 현대기계들은 작품 필요성에 의해 그의 손이 된다. 그러니까 예전 사용했던 끌?톱?조각도 등의 아날로그적 사용보다는 그라인더(grinder)·드릴(drill) 등등 작품을 보다 상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쓰여 진다. 바로 작품제작 방식에서의 현대화다. 이런 이유와 더불어 그의 고객은 건설회사 대표들이 많다. 김 작가는 거실장 등 건설업에 필요한 인테리어에 일가견이 있다. 다시 말해 그에게서 만들어진 가구 등 인테리어소품은 특이하다. 그는 언제나 관념의 차이를 미묘하게, 또 예술적으로 쓰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목가구의 숨 쉼을 위해 공기구멍을 뒤에 내는 데 비해, 김 명장은 그것을 앞으로 가져와 자신만의 감각으로 장식적인 요소로 승화시킨다. ‘스피커’ 같은 이미지가 바로 그거다. 즉 일부러 미세한 공기구멍을 내고 여기다 상감기법(금속이나 도자기 등의 겉면에 무늬를 새기고 거기에 금·은·자개 등등 다른 재료를 끼워 장식하는 기법)으로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디자인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한목공예디자인연구소' 내부 모습.

 

김 명장의 대표적 제작기법 중 하나인 ‘옻칠’은 그의 이름을 한껏 드높인다. 그에 따르면 옻칠작품은 다른 재료와 달리 다루기가 까다롭고 오랜 시간과 인내심을 요한다. 먼저 틀을 제작한 후 칠과 삼베를 굳혀가는 반복과정을 통해 일정 두께의 기벽을 형성시킨다. 이때 옻을 밀어 넣고 자개를 박는다든지 호분과 금·은분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어 온·습도의 적정 온도를 만들어 건조시킨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러한 ‘건칠’은 흙 성형과 옻이 입혀진 후 삼베까지 입히고 각종 분가루를 바르는 과정이 7회 이상 반복된다. 이러한 옻칠과정에서 옻의 양에 의해 검은빛의 농도가 정해진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경도가 높아 파손 위험이 적은데다 다양한 형태와 독특한 색채의 아름다움까지 획득하게 된다. 그는 이외도 자연에서 만들어진 천연재료 사용에 적극적이다. 작약·목단씨방이나 히말라야시다 등 열매를 이용해서도 이 기법을 적용한 각종 장식품을 생산해 낸다.

이렇듯 자연소재는 그에게 와서 하나의 의미와 형상으로 새롭게 탄생돼 각자의 쓰임새를 부여받게 된다. 한마디로 김 명장에게 인연이 돼 온 나무는 어떤 나무든 버리지는 게 없다. 썩은 나무조차도, 나아가 자연이 주는 것은 모두 그에게 창작소재가 된다.

그는 동명·경성대학교 등 여러 강단에서 18년가량 후진양성에 힘쓰다 현재는 자신의 작업장을 중심으로 작품과 관련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초대작가이면서 부산미술대전 등 곳곳에서의 초대·추천작가다. 또한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개발사업?문화관광부 지역특화사업에 선정되기도 하고 현재 (사)한국전통공예산업진흥협회 자문위원과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공예·목칠·소목디자인 분야의 한국문화예술명인을 맡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의 공감을 통한 자연과의 동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목 김용철 명장의 또 다른 자연친화적 창작품을 이 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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