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옥의 '길과 인연들···'

무인북카페에서 고객들은 책을 읽으며 무료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청조갤러리, 시·사진 어울린 예술공간
2천원에 북카페이용, 전시는 무료관람
고)최민식·김길만 등 사진작품 전시해
2월, 이승엽선수 다룬 사진 전시 기대
복합문화강좌도 열어 다목적공간운영

 

양산시 교동 2길 13번지 청조갤러리에서 디카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강미옥(청조갤러리 대표) 씨를 만났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과 사물 등에서 시적 이미지를 발견해 촬영하고 이를 문자 형식으로 표현한 시다.

자리에 앉자마자 강 작가가 건넨 자신의 디카시집 ‘기억의 그늘(2017, 눈빛출판사)’ 첫 장에서, 그녀는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 모든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고 한다. 강 시인의 세상소통현장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렇다면 강 작가가 운영하는 청조갤러리는 그녀의 세상 소통 중심무대가 아닐까.

청조갤러리는 현재 사진 중심 전시장이면서 2천 원에 커피 등 음료를 이용할 수 있는 무인(無人) 북카페다. 카페에서 한 발자국 더 딛어 옆을 보면 전시장이 있다. 이곳은 북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그동안 강 작가 본인의 작품을 비롯해 고 최민식·송숙경·김미성·유병용·이둘점·김길만 작가 등의 사진작품이 전시됐다. 2월 중에는 야구선수 이승엽을 모델로 사진을 찍어 온 백종현 작가가 전시를 연다.

20년째 양산에 살고 있다는 강미옥 시인은 “남편 직장 때문에 양산에 정착했는데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됐다”고 소회한다. 그녀는 처녀시절부터 시를 썼다. 양산에 입성해서는 틈틈이 쓴 시를 우연히 양산시보에 투고했고 이게 시보에 게재됐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삽량문학회원이 됐고 이후 문학활동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녀는 이렇듯 시인이면서 동시에 11년째 사진도 찍고 있다. 그 동기는 어떤 문학기행에서 비롯됐다. 당시 동행했던 한 사진작가가 그날 촬영한 사진과 그것과 연관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함께 올린 것에 감명해 그녀도 디지털사진과 시를 접목한 디카시를 쓰게 됐다.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강미옥 씨.

그래서 그녀가 운영하는 갤러리 겸 무인 북카페는 시와 사진이 어우러진 예술공간으로 꾸며졌다. 여러 장르의 책들을 구비해 놓은 이곳에서, 고객들은 책을 읽으며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주 고객층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학생이나 이웃이다. 특이한 사항은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 오는 이도 있다는 거다. 강 작가는 이곳을 두고 “편안하게 여유를 만끽하는 사랑방이었음 한다”고 일축한다. 또 “동네 사람들이 아무 제재없이 자유롭게 머무는 공간이었음 한다”고 한다.

원래 이곳은 양산에서 한동안 유명했던 '백송국수' 자리다. 국수집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던 공간을 강미옥 씨가 임대해 지난해 5월 그녀가 평소 꿈꿔오던 자신만의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한달 뒤인 6월 12일, 청조갤러리 방명록에는 다음과 같은 어떤 유명인의 말이 적혀 있다. “작은 도(道)는 산사에 있고 큰 도는 속세에 있다"는. 그렇다. 첫 흔적을 남긴 이의 글이 아주 절묘하게 의미심장하다. 아주 정확하게 그녀가 닦고 있는 속세의 도가 보인다. 아마 방명록의 필자는 그녀와의 호흡이 꽤 오랜 동안 이어진 듯 같다.  

강미옥 씨는 향후 이곳을 복합문화강좌 등도 열리는 다목적공간으로 운영코자 한다. 이미 올 상반기에는 '전통매듭강좌'가 계획돼 있다. 이와 더불어 유명 작가 대상 초대전과 일정액의 운영비를 받아 여는 대관전시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그녀에 의하면 공간 운영상 여러 어려움으로 부득이하게 대관전시는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문화공간 육성에 대한 양산시의 관심과 지원”을.

강미옥 씨가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항상 모토로 하고 있는 글이 있다고 한다. 간디의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라는. 그녀의 믿음과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양산 교동 청조갤러리의 내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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