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공정무역에 이어 이번에는 공정여행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김해공항, 인천공항 등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10월 초 추석연휴와 함께 이어지는 장장 10일간의 연휴에도 해외여행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산시민들도 생소한 개념이지만 공정여행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 중심의 국제관광의 일원으로 편한 패키지여행을 하기보다는 조금 불편해도 현지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정여행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공정여행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에서 따온 개념으로 착한 여행이라고도 한다. 공정여행은 관광지와 현지 주민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의 경제, 자연, 문화를 존중하는 원칙을 지키며 여행하는 것을 공정여행이라고 한다. 전체 여행에서 공정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한 편이지만 앞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공정여행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 식당을 이용하며 현지 인력에게 노동에 합당한 임금을 지불한다.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해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고, 현지의 에코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여행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물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으며, 가급적 폐기물이 과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현지 문화 존중과 보전을 위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여 대비하고, 현지 음식, 생활 등을 체험하거나 현지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다.

공정여행과 유사한 개념은 책임관광(Responsible Tourism), 생태관광(Eco Tourism), 윤리적 여행(Ethical Tourism),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 대안 관광(alternative tourism) 등이 있다.

이들 개념과 반대로 현재 보편적으로 대중이 선호하는 관광은 대중관광(Mass tourism)이다. 기존의 대중관광의 특징과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대규모, 제약 없음, 가격 중시, 대규모 단체 이용, 지구수준의 계획, 지구내 분산 개발, 양호한 경관 지역을 집중 개발, 새로운 건물 건설, 수요 과다 정책, 외부인의 개발 주도, 외지인 고용, 경제적 이익 최우선, 기존 지역산업 붕괴, 사회적 비용을 지역에서 부담, 자가용 교통수단 우선, 자연적ㆍ역사적 유물 제거, 고도기술과 장비 위주 등이다.

반면 대안 관광(alternative tourism)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소규모, 개발 제약, 가치 중시, 지역과 연계된 지구계획, 지구내 한두 곳에 집중 개발, 양호한 경관 지역은 보존, 기존 건물 재사용, 개발 규모 한정, 평균수요 수용 지향, 지역주민의 개발 주도, 지역주민 고용,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ㆍ생태적 측면 고려, 기존 지역산업 존속, 개발업자가 사회적 비용 부담, 대중 교통수단 우선, 자연적ㆍ역사적 유물 존속, 하위기술, 선별적 장비 사용 등이다.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는 초호화 리조트 덕분에 남아시아에서 인구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부의 분배와 개발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 몰디브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 말레에는 아파트, 상점, 정부 건물, 경기장 등이 10㎢ 안에 밀집해 있다. 몰디브 인구의 11%만이 여행업 종사자로 이들 중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는 몰디브인은 거의 없고, 리조트의 고급 일자리의 매니저들 대부분은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들이다.

현지 몰디브인들이 관광산업체의 고급 일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 수준이 높지 않고 영어 구사력이 떨어지는 현지인들은 저임금의 단순 노동인 청소부, 경비원, 서비스직 등에 고용되어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일자리나마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관광지의 높은 물가 때문에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필리핀 보라카이 섬은 관광개발에서 소외된 현지 주민들의 피해 사례의 전형을 보여준다. 1980년 말경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다국적기업들은 보라카이섬 원주민인 아에타족의 경작지를 헐값에 사들여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했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로 리조트가 있는 해안에서 원주민들의 조업도 금지시켰다.

일터를 잃은 아에타족에게 필리핀 정부는 내륙의 정착촌을 제공했으나 아에타족은 다시 그들의 고향을 되찾기 위해 보라카이 자유 해안에 정착하였다. 2000년에 다시 퇴거명령이 내려지면서 이들은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 원주민들이 설던 해변은 다국적기업의 호텔 신축이 예정되면서 원주민들은 또 다시 위기를 맞게 되었다.

공정여행을 활성화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공정여행을 처음 시작한 단체와 여행사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여행에서 소비가 개인 만족이 아닌 사회적 공헌이 될 수 있는 공정여행의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인식시켜야만 하겠다.

윤리적인 소비라는 이유로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행 자체로 경쟁력을 가져야 하며, 실제 지출된 여행비용의 차이 등 실감나는 통계로 뒷받침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대량관광이 제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행자의 선호도를 높여야 하고, 여행과정에서 지역에 도움을 주고,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여행은 탄소배출 감소에도 기여하게 된다. 교통수단을 선택할 때는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서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대중교통을 선택하고, 짐을 간편하게 꾸리거나 탄소상쇄기금에 기부를 할 수도 있다. 식사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고, 로컬 푸드를 선택한다. 로컬 푸드를 이용하는 이유는 식재료의 유통에서도 많은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체험은 소규모의 그룹에게 알맞고 당연히 1인당 비용은 대중관광보다 고가일수도 있다. 여행비용을 단순 비교했을 때는 공정여행 상품이 더 비싸게 보인다. 그러나 가이드 팁, 강요된 쇼핑 관광, 여행사 리베이트 등 숨겨진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행경비의 차이는 크지 않으며, 여행자는 현지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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