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통도사 초파일 행사는 저녁이 되자 수많은 아름다운 연등에 불이 들어오고, 삼성반월교 부근에서 시연된 전통 낙화놀이 행사에 불을 붙이며 절정에 도달하였다. 저녁 7시가 지나서 양산천의 상류인 통도사 하천에 준비된 전통 낙화놀이장에는 인부들이 횃불을 들고 일일이 낙화봉 심지에 불을 붙이면서 본격 점화되어 불자와 관광객의 찬탄을 불러일으켰다.

낙화놀이 도중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스님들이 관람객을 통제하였으며, 통도사 자원봉사자들도 대거 참가하여 질서유지와 화재 예방을 위해 헌신 봉사를 함으로써 행사는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무대에서는 공연, 성악가의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올해 행사는 규모가 확대되어 삼성반월교 위 상류뿐만 아니라 하류 쪽에도 낙화놀이장을 설치하여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작년까지는 하천 위로 줄을 늘어뜨리고 낙화봉을 매달았으나 올해는 철구조물을 설치하여 낙화 줄을 아래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첨단 장치를 선보였다. 낙화봉 심지에 불을 붙일 때는 횃불을 든 작업자들이 쉽게 불을 붙일 수 있게 자동으로 줄을 하강시켰으며, 점화 후에는 상향 조정하여 떨어지는 아름다운 불꽃을 잘 볼 수 있게 하였다. 낙화놀이의 장점은 낙화봉이 두 시간 이상 타면서 불꽃을 날리는 데 있다.

연등에 관해서는 현우경(賢愚經)의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 나온다. 가난한 여인 난타는 걸식하며 살았는데, 그녀는 부처님에게 공양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에 구걸 해서 돈을 모아 기름을 사고 등을 만들어 불을 밝혀 부처님께 올렸다. 밤이 지나며 다른 등불은 꺼졌지만, 난타가 공양한 등불만이 홀로 불을 밝혔다.

날이 밝자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불을 끄려 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이를 보신 부처님께서 "어떤 물과 바람으로도 끌 수 없다"며, "그것은 모든 중생을 건지려고 큰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등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보잘것없더라도 정성스러운 보시는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고자 등을 밝히는 것처럼 낙화 놀이도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불교적인 성격을 갖는 민속 행사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불교가 탄압받았던 조선시대는 낙화 놀이가 사찰에서 행해지는 동시에 관료나 선비들의 풍류놀이로 변질되어 아무 때나 행해지기도 했다. 일제 시대에는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 정책에 의해 낙화놀이가 중단되었다가 해방 이후에 다시 재현되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낙화놀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과 주변 연못 일원에서 열리는 낙화놀이가 유명하다.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인 함안 낙화놀이는 초파일에 열린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은 함안 낙화놀이는 괴산리 괴항마을에서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매년 음력 사월 초파일에 참나무 숯가루를 이용해 만든 낙화봉을 매달고 불을 붙여 놀던 전통 불꽃놀이다.

함안 낙화놀이는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봉을 매달아 이 낙화에 불을 붙여 꽃가루처럼 물 위에 날리는 불꽃놀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따라 중단되었다가 1985년 복원되었다.

세종시 부강면 등곡마을에서 정월 열 나흗날 밤에 행하는 액막이 성격의 불꽃놀이는 놀이 자체의 화려함을 즐기기도 하지만 놀이의 내면에 질병과 재액을 쫓고 경사를 부르는 벽사(闢邪)의 의미가 담겨있다. 2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등곡마을 낙화놀이는 1985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2011년에 다시 시작되었다.

등곡마을 낙화봉은 광목천에 목화솜을 깔고 뽕나무 숯가루와 굵은 소금을 넣어 돌돌 만 다음 짚으로 묶어 만든다. 이것을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져 마치 `불꽃`이 떨어져 날아가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600년 전통의 민속놀이인 본두리 낙화놀이는 매년 음력 1월 16일에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본두2리 마을광장에서 오후 6시 30분에 개최된다. 이날 행사는 풍물패 공연을 시작으로 고천문 낭독, 개회식, 불꽃점화 순으로 진행되며, 행사 후에는 마을 주민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는다. 본두1리(조기울)와 본두2리(해촌)가 교대로 개최한다. 낙화놀이는 낙화(落花)의 붉은 기운이 그해의 상서로운 기운이 되고, 주민들에게 위안이 되며 질병과 액운을 쫓고 경사를 부르는 의미가 담겨있는 전통놀이다.

낙화놀이에 사용되는 순대는 마을주민들이 뽕나무와 참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고 이것을 곱게 빻아서 잿물로 물들인 한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만든다. 심지는 천일염을 볶아 가루를 내고 쑥을 말려 곱게 찧어 쑥 심지를 만드는 것으로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된 전북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던 전통 불꽃놀이, 낙화놀이가 행해지고 있다. 낙화놀이를 전승해온 두문마을에서는 안성 낙화놀이 보존회(대표 박찬훈)를 통해 낙화놀이를 복원, 지역문화로 발전시켜왔으며, 2007년부터는 두문마을, 반딧불축제(2008부터 축제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음)를 통해 대내외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화천(花川)과 부용대(芙蓉臺)를 수놓는 한국식 불꽃놀이 축제는 음력 7월 16일의 한여름 밤에, 하회의 선비들이 중심이 되어 높이가 70m 이상인 부용대 단애 밑을 흐르는 강 위에서 선유시회(船遊詩會)를 겸한 불꽃놀이 축제를 하였다. 이 축제를 오늘날은 `하회줄불놀이`라 하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때 시연한다.

화천에는 `달걀불`이라 부르는 등불을 띄우고, 배 위에서 시를 짓는 놀이를 한다. 시 한수가 지어질 때마다 부용대 정상에서 불 붙인 솔가지 묶음을 절벽 아래로 던지면 모든 사람은 일제히 "낙화(落火)야!" 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즐긴다.

통도사 전통 낙화놀이 시연은 앞으로도 부처님 공덕을 기리는 동시에 불자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행사로 진행해야 하겠다. 현대적 불꽃놀이와는 달리 길게는 2~3시간 은은하게 지속되는 낙화놀이는 삽량문화축전 때도 선보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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