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내 길거리, 공원, 아파트 등에 양산시목인 이팝나무꽃이 요즘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팝나무가 양산시목으로 지정된 것은 1981년 6월 15일이기에 어언 36년이 지났는데, 그 당시 시화는 목련꽃으로 정했다. 이팝나무꽃은 양산종합운동장 근처의 이팝나무 가로수가 가장 빨리 꽃을 피워서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눈에 잘 띄었다. 5월 초순에 주로 피는 이팝나무꽃은 5월의 새하얀 크리스마스를 장식하여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에는 천연기념물 제234호인 이팝나무가 있어 보호를 받고 있다. 이팝나무는 기온이 온화한 남부지방에 잘 자라고 있어 양산의 기후풍토와는 잘 어울리는 나무라 할 수 있다. 양산에는 원래 이팝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관리 소홀로 고사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신전리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의 안내판에 보면 키 12m, 줄기 둘레 4.15m로 수령은 알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신전리 주민들은 이팝나무를 마을을 수호해주는 신이라고 여겨 당산나무로 삼아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몇 년 전 문화재청에서는 당산나무 제례의식을 촬영하여 지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었다.

인근 김해시에도 천연기념물 이팝나무가 두 그루가 있다. 주촌면 천곡리에는 천연기념물 제307호, 한림면 신천리에는 천연기념물 제185호로 지정된 이팝나무가 있는데, 나무의 생육 상태가 좋고 잘 보호받고 있어 양산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부러울 뿐이다.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 역시 당산목으로 매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전후하여 김해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신천리 이팝나무는 섣달 그믐에 제사를 올린다고 한다.

신전리 이팝나무는 추정 수령 350년이 넘은 노거수로 몇 년 전부터 나무 밑둥치가 썩고, 상부의 가지들도 고사하면서 나무의 전체적인 수세가 급격히 위축되어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필자가 신전리 현장 답사를 통해 나무가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을 양산신문에 기고함으로써 천연기념물의 실태가 알려지게 되었다. 나동연 양산시장도 현장 방문을 통해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급기야 문화재청도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여 천연기념물 살리기에 나섰다.

문화재청에서 나무 밑둥치가 썩어서 사람이 드나들 정도의 공간을 메웠던 충전제가 훼손되어 없어진 공간을 다시 충전제로 메웠다. 줄기의 썩은 부분도 칼로 도려내는 외과수술도 단행하였다. 또한 나무뿌리가 수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나무 주변의 토양에 대한 조치도 취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천연기념물의 고사에 대비하여 신전리 이팝나무의 유전자를 확보하는 연구도 진행하였다는 사실이다.

이팝나무의 수령은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처럼 천 년 이상 가는 나무는 없고, 최대 500~600년으로 보고 있다. 신전리 이팝나무도 정성들여 보호하고 잘 가꾸면 앞으로 200년 이상은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천연기념물 하나가 고사되었으므로 양산의 자랑거리인 신전리 이팝나무는 무조건 잘 살려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 양산시민들에게 주어져 있다.

5월 5일 오후에 신전리를 방문해보니 윤영석 국회의원이 전문 사진가를 대동하고 공유신 비서관, 이정일 비서관과 함께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양산의 명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대외적 홍보에 활용한다고 하였다. 윤영석 국회의원의 천연기념물 이팝나무 사랑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날 이팝나무를 구경하러 온 차량 여러 대가 방문하는 것을 지켜볼 때 양산시민들도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지역에 천연기념물 이팝나무가 대부분 분포하고 있다. 옛날 농사를 주로 짓던 남부지방에서는 천연기념물 이팝나무가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역할을 했다.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게 많이 피면 풍년, 적게 피면 흉년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이팝나무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로 주변의 논이나 솟아나는 샘에서 수분을 흡수하였다. 봄에 비가 충분히 오면 이팝나무는 수분을 흡수하여 많은 꽃을 피워낼 수 있게 된다. 물이 풍부하면 논농사 짓는데 필수인 모내기를 순탄하게 하게 되고, 전반적으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 풍년이 드는 것이다.

신전리 이팝나무도 옛날에는 주변 대부분이 논이었으나 현재는 밭, 도로로 변하여 수분을 흡수하기 곤란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지난 5일에 방문했을 때 양산시도 25호선(충렬로) 도로변에는 콘크리트 수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반대쪽에도 콘크리트 수로가 있었는데, 이곳에 양수기를 대고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에 물을 주기 위해 나무 밑에까지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다. 가뭄이 지속될 때는 인위적으로 양수기를 동원하여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앞으로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신전리 이팝나무 주변은 공원이 널찍하게 잘 조성되어 있고, 주차장도 있다. 그런데 파란색으로 포장하여 족구장으로 만든 것은 천연기념물 시설로는 부적합하므로 주차장으로 사용하든가 공원을 확장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하겠다. 타지역 천연기념물을 답사해 봐도 신전리 이팝나무처럼 넓은 면적의 공원을 가진 곳은 거의 없었다.

신전리 천연기념물 이팝나무 밑에 심은 어린 묘목의 이팝나무 한 그루는 말라 죽었는데, 정리해야 하겠다. 공원 주변에 군데군데 심은 이팝나무도 하얀 쌀밥 같은 꽃을 피워서 예쁘게 보였는데, 한 쪽에는 밀식하여 나무 간격이 너무 좁은 편이므로 중간에 있는 나무는 옮겨 심어야 하겠다. 그리고 공원 주변 둘레에는 이팝나무를 더 많이 식재할 공간이 있으므로 추가적으로 심어서 이팝나무 꽃동산을 만들어야 하겠다.

천연기념물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는 도로인 양산시도 25호선(충렬로)의 가로수는 이팝나무로 잘 조성되어 있어 좋은데, 중간 중간에 가로수가 한쪽에만 있거나 아예 없는 구간도 있으므로 보식과 관리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이팝나무꽃이 활짝 핀 가로수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다가 자연스레 천연기념물인 신전리 이팝나무를 만난다면 감동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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