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를 대표하는 매화나무는 총 4그루가 있다. 최고령이고 가장 인기가 높은 매화나무는 영각 앞의 자장매이다. 극락보전 옆 음수대 위에는 수령이 오래 된 두 그루의 매화나무가 나란히 서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보박물관 옆에 있는 식당 한송정 바로 앞에는 수양매가 있다. 수양매는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밑으로 축 처지며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통도사 영각 앞에 있는 수령이 350년은 족히 넘은 것으로 알려진 홍매화는 고운 분홍색깔을 지니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일명 자장매로 알려져 있으며, 어떤 이들은 자장매를 우리나라 홍매의 표준이라고 칭찬한다. 이 매화나무는 통도사 창건주인 자장율사 이름을 따 자장매(慈藏梅)라 부르기도 한다.

자장매는 통도사 영각(影閣)정면 축대 아래에 있는데 뿌리 가까이 직경이 42cm이고 꽃잎이 12~16매 정도 되는 만첩홍매이다. 자장매는 통도사 홍매화 중에서 가장 빨리 피는데 올해는 1월 5일에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 자장매에 버금가는 매화는 쉽게 볼 수가 없을 듯하다. 또 다른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1942년 해방 직전 양산의 물금포교당에서 월하스님이 한 뿌리 얻어와 심었다고 한다. 

통도사의 홍매 3그루는 매화가 피기 시작할 때부터 만개할 때까지 탐매객들과 사진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이곳 홍매를 보아야 진정으로 봄기운을 느끼게 된다는 탐매객들도 많다. 통도사의 자장매를 필두로 아름다운 홍매화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불자와 관광객이 몰려들고, 사진작가들도 떼 지어 오기 때문에 인기가 매우 높다. 아마 통도사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는데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 기온이 따뜻하여 예년에 비해 일찍 핀 자장매는 갑자기 몰아친 한파에 꽃잎이 얼기도 하고, 매서운 비바람에 꽃잎이 떨어지거나 꽃 색깔이 바래기도 하여 수난을 많이 겪었다. 너무 빨리 피었기에 전반적으로 자장매의 아름다운 진수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2015년 여름 자장매를 습격한 개미떼에도 일단의 원인이 있다. 통도사측에서도 사진가들의 등쌀에 수난을 겪는 자장매를 관리하기 위하여 보호 목책을 두르고 영각 축대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앞으로 조경전문가에게 맡겨 자장매의 회춘 대책도 세운다고 한다. 
통도사 일주문을 지나 극락보전 옆, 사천왕문 우측에 보면 홍매화 두 그루가 있는데, 한 그루 작은 매화나무는 연분홍 꽃을 피우고, 또 하나의 큰 매화나무는 진분홍 꽃을 피워 아주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통도사 홍매화의 관리는 문제가 많다. 매년 전지를 너무 심하게 하여 자연스럽고 화려한 꽃을 보기가 힘들다. 탐매를 위해 전국을 답사해보면 사찰이나 양반 종가집에 있는 고매는 대부분 전지를 심하게 하지 않고 자연스런 수형을 유지하여 매화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구례 화엄사의 흑매화는 전지를 하지 않아 전각 보다 더 높이 자라서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자장매는 전지를 심하게 하지 않지만 극락전 옆의 홍매화 두 그루는 단발머리 소녀처럼 싹둑 잘라 놓아서 영 꽃이 풍성하게 피지 않아 안타깝다. 전에 전지를 자연스럽게 했던 해는 꽃이 많이 피어나 매우 아름다웠다. 전지를 할 때도 부처님 대하듯 지극 정성으로 다루는 공든 손길이 필요하다. 

통도사 홍매화는 꽃도 좋지만 유난히 향기가 그윽해 직접 그 향에 취하러 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매화꽃이 필 때면 영각 앞에 있는 자장매 바로 곁에 노란색 산수유도 그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조선시대 학자인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년)이 쓴 `야언(野言)`에 보면 매화의 고결함이 드러나고 있다.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추위에 굴복하지 않고 피는 매화는 청빈 속에서 살아가는 깐깐한 선비의 기개를 상징한다. 추위와 눈 속에서도 뿜어내는 매화의 짙은 향기는 군자의 품격에 비유할 수 있다. 청빈한 선비는 결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올곧은 선비는 지조를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인 덕목이었다.

동로천년항장곡 (桐老千年恒藏曲 늙은 오동나무 천년의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불매향 (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네)

월도천휴여본질 (月到千虧餘本質 차고 기울어도 달은 그대로요)

유경백별우신지 (柳莖百別又新枝 버드나무 백번을 꺾여도 새잎은 돋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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