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본지 주필

국토의 거대한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줄기, 낙동정맥은 태백산 줄기인 구봉산에서 갈라져 경북 영천의 운주산을 지나 경주를 거쳐 가지산으로 이어진다. 신불산과 영축산, 재약산, 천황산 등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금정산을 거쳐 마지막으로 내려 앉는 곳이 바로 부산의 끝 다대포 인근의 몰운대이다.

낙동정맥의 산줄기속에서도 그 산세와 절경이 뛰어나 영남의 알프스로 통하는 곳이 가지산을 기점으로 신불산, 간월산, 재약산, 고헌산, 천황산과 영축산을 중심으로 한 255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산록인데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은 이제 등산객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산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고루 불려지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울주군이 영남알프스에 속한 해발 1천미터 이상의 명산 7곳을 `울주 7봉`이라 명명하고 산악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관련부서를 신설하고 `천하명산 울주 7봉`이라는 명칭을 특허청에 상표 출원하고 인터넷 도메인으로 등록하는가 하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므로써 양산시를 비롯한 인근 시,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양산시와 밀양시는 즉각 울산군 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경북 청도군과 공동해서 대응하기로 했다. 또 양산시민연합도 울산군에 서한을 보내 영축총림의 본산인 통도사를 상징하는 영축산을 울주 7봉에 포함한 것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영남알프스에 속하는 고봉들이 어느 한 시나 군에 독점적으로 위치한 것이 아니라 경남과 경북의 몇개 도시의 경계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옛부터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은 도로의 경계보다는 산과 강의 지형에 의해 구분되어졌고 특히 높은 산의 능선을 따라 행정구역이 나누어진 것은 초등학교에서 지리과목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산의 소유가 획일하지 않은 이유이다.

실제로 `울주 7봉`에 포함된 산 중에서 울주군에 단독으로 위치한 것은 간월산과 신불산뿐이고 나머지 산들은 모두가 양산시, 밀양시, 경북 경주시, 청도군 등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특히 영축산은 조계종의 3대 사찰의 하나인 양산 통도사가 위치한 곳으로 사찰의 산문에 뚜렷이 새긴 `영축산통도사`의 현판에서 보듯 산을 찾는 누구나가 쉽게 양산 통도사를 떠올리는 대표적인 명산이다. 가지산이 언양 석남사의 본산이고 천황산이 밀양 표충사의 본산이듯 영축산은 양산의 명산인 것이다. 또 불교계의 큰 관할로 치는 총림의 이름이 영축총림인 것만 해도 영축산이 갖는 지역의 대표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외면한 채 행정구역의 경계에 위치한 산봉우리를 자신들의 명산인양 아무런 협의없이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다소 지나친 행정이지만 더 넓게 생각하면 영남알프스라는 대중적인 지명으로 이미 유명한 지역의 명산군(山群)을 한 지방자치단체의 명산이라는 좁은 개념으로 마구 격하해도 되는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미 산악인들사이에서도 영남알프스라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멋진 이름을 외면하고 울주 7봉이라는 명칭을 붙인데 대한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울주군이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특화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 널리 알려져 수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는 영남알프스라는 시장성있는 브랜드를 무시하고 지역에 국한된 표현을 써가며 자치 단체의 것으로 격하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영남알프스를 실체 그대로 인정하고 울주군 관내에 위치한 주요 등산로를 거점으로 주변의 이용시설을 확충하고 자연훼손을 유발하지 않는 관광자원을 선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시의 대응도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는 많은 관광자원의 보유와 함께 시책적으로는 관광인프라를 확대해 나간다는 비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실제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전국적인 브랜드인 통도사를 주요 콘텐츠로 활용해 관광특화를 노리는 전략이 부재해 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차제에 우리의 주요 자원마저 상실하는 우를 범하기 전에 울주군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제지하고 나아가 우리 시의 관광진흥사업의 바른 방향을 잡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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