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본지주필

양산시 관내 지도를 펴 놓으면 그 형상은 원동면 배내골을 북쪽 끝으로 하고 동면 호포를 남쪽 끝으로 하는 마름모꼴을 하고 있다. 그 동쪽의 끝은 바로 웅상 대운산 정상부근이 된다. 또하나 신기한 것은 웅상읍이 전체 양산시 지형을 10분의 1 정도로 축소한 마름모꼴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도를 꺼내 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면 작은 마름모꼴은 또 다시 4개로 분할돼 행정구역 경계선을 새로이 표시하게 된다. 과거 곡창지대로 이름을 떨친 남창과 서창에서 유래한 유서깊은 이름인 서창이 본격적인 법정 동(洞)으로 각종 공부(公簿)에 등장하면서 소주, 덕계, 평산도 동으로서 새로운 행정질서를 자리잡아 갈 것이다.

지난해 제4대 시의회에서 승인된 웅상출장소와 4개 동 분동이 마지막으로 직제에 대한 의회 승인 관문을 통과해 이제 며칠 뒤면 시행된다. 바야흐로 도시민의 생활이 개막되는 것이다. 7만5천 웅상읍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와 도시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시민권리 향상과 문화적 욕구의 충족을 위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도시(都市)의 원래 의미는 도읍과 저자(市場)를 합친 개념으로 정치, 행정의 중심지와 상업의 중심지가 복합된 개념이다. `도시는 주위 지역에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중추적 기능과 도시 자체의 필요성에 의하여 발달되며, 물질적 형태 및 문화적 ㆍ정신적 면의 충족을 도모하면서 끊임없이 변화 ㆍ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도시에 대한 세부적인 개념이다. 그만큼 도시인들의 생활양식은 보다 다양하고 관계는 복합적이며, 욕구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민들의 원, 불원(願, 不願)과는 관계없이 웅상지역의 도시화는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미 실제적으로는 촌락의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산업구조와 교통운송의 성장, 주거시설의 급증으로 주변도시민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이질화된 시민사회의 구성은 도시화된 지 오래다. 따라서 행정당국의 구역개편에 대한 실리가 단지 공무원들의 승진기회 확대나 업무 편의성 제고에 그쳐서는 안되며, 모든 행정력의 투입 우선순위가 시민 복지증진이나 고용,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의 기회의 확대에 중점을 두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도로, 교통의 구조적 개선>과 <쾌적한 환경을 지향하는 녹지, 공원의 조성>, <우수한 교육, 문화 인프라의 구축>과 <산업활동의 적극 지원>등에 시정의 목표를 두고 웅상지역의 조속한 도시기반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 다음달 25일 치르게 되는 시의원선거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서 올바른 지역일꾼을 선출하므로써 성숙한 시민의식을 과시하는 박자를 맞추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수의 시민들이 무늬만 도시이고 속살은 낙후되고 무질서한 옛 촌락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채 권리보다는 의무와 부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행정을 관할하는 사무실만 몇 개씩 더 생겨서 자리차지하는 공무원 상전만 많아져 오히려 산업 생산이나, 사업 영위에 걸림돌만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한다.

이런 기우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자체에서의 자구노력과 비전제시 등 한발 앞선 공동대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의 현안은 지역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지역에서 당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는 주민들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의식주가 해결된다 해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정신적인 욕구로 갈구하는 것이 문화,예술에 쉽게 다가감이요, 자식들의 올바른 진로 선택을 위한 교육기회의 확대요, 열심히 근로할 수 있는 산업현장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L.워스는 `지역을 같이하는 취락적(聚落的) 공동생활에 있어서 인구량 ㆍ인구밀도 ㆍ인구의 이질성(異質性)의 증대가, 촌락생활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도시사회 특유의 생활양식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진행된 도시화가 웅상지역에서 구조화된 모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기관의 혁신적 사고를 통한 전향적인 시정추진이 양 바퀴를 이루어 함께 굴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스럽게 웅상지역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웅상의 도시화에 따른 비전을 정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하니 참으로 기대되는 바 크다. 웅상의 시민사회에서는 도시화 추진과정에서 이해를 달리 했던 과거를 모두 덮고 일관된 목표 아래 양보와 아량으로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대승적인 발전방향을 도출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