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성 진 본지주필
한 중학교에서 5년째 추진하면서 갈수록 호응을 얻고 있는 교복공동구매사업은 학교장의 전향적인 사고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 학생들의 근검절약 정신이 삼위일체가 된 바람직한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TV등 미디어를 통해 화려한 광고로 아이들을 현혹시켜 교복의 고급화를 선도해 온 일부 메이저급 교복제조회사들이 실상은 원가의 배가 넘는 폭리를 취하면서 담합까지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한철장사로 인정되면서 수십만원에 이르는 가격을 내세워 신입생을 둔 학부모의 주머니를 쥐어짜 왔던 대기업의 교복값이 광고비와 단계별 유통구조에 의한 거품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와 아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황된 브랜드 선호의식으로 수십만원대의 교복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구입해 왔던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모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대기업의 제품이 다른 중소기업의 제품에 비해 품질면에서 특별히 우량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소기업 제품보다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한다. 다만 브랜드의 가치만 강조되고 있는 것이 청소년들에 대한 광고의 효과였던 것이다.

삼성중학교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교복공동구매제도는 몇년전 퇴임한 한 교장의 제안에 의해 출발했다. 당초에는 졸업생들의 교복물려주기운동의 전개로 비롯됐는데 깨끗이 세탁한 선배의 교복을 물려받아 입는 전통을 일부나마 시행해 온 것은 단지 교장의 열의로만 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남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부모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의 사고방식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졸업식장에서 입던 교복을 깨끗이 씻어 진열대에 걸어 놓고 사복을 입고 입장한 졸업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편지로 적어 읽어 내려가는 재학생들의 송별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신입생 교복공동구매를 추진하게 됐다. 이를 위해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 그리고 교사들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추진위원회는 직접 교복제작업체를 상대로 입찰을 통한 계약을 유도하므로써 업자 선정과정에서의 의혹을 불식하고 오로지 품질과 가격으로만 경쟁을 유도해 질좋은 교복을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되었다. 물론 품질의 보증과 하자의 처리도 충분히 보장될 터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학교측과 학부모들이 보여준 협조정신은 참으로 타 학교에서도 본받을 만 하다. 우리가 말로는 쉽지만 공동구매방식에 60% 이상 동참해 다량구매에 따른 가격안정을 가져올 수 있도록 협력을 받아낸 것이 대단한 설득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의 효과로 인해 어린아이들까지도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브랜드를 따지는 소비패턴이 고착돼 가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소비대상에 만연하고 있는데 아파트분양시장도 일류기업의 이름이 시공자에 들어 있어야 안심하는 정도이다.

대기업이 시공자로 돼 있어도 결국은 직접 시공은 하도급 회사들이 맡아 하고 있는 것처럼 교복 시장도 실제로는 직접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제품과 이를 체계적으로 납품받아 브랜드화하는 대기업 제품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두 종류의 제품을 표시없이 내놓고 직접 시민들로 하여금 만져보고 입어봐서 평가를 요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원단이나 재봉이 낫다고 지적한 제품이 대기업의 그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맹목적인 브랜드 선호사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결과에 다름 아니다.

어찌 되었든 학교측의 방침에 적극 동참해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신뢰속에 목적한 바대로 결과를 얻어낸 삼성중학교의 교복공동구매사업의 추진에 큰 지지를 보낸다.

이러한 자발적인 경제활동의 개선이 대기업에서 안일하게 벌이고 있는 판매방식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한 가격의 거품이 다소라도 빠지게 된다면 그보다 더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역 소비자운동의 또다른 쾌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내의 다른 많은 학교에서도 이 제도의 좋은 점을 잘 본받아서 학부모들의 주름을 펴 줄 수 있는 비슷한 운동들이 전파돼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힘은 작지만 그것이 올바른 목적으로 잘 뭉쳐졌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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