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장세는 노질부의 죽음을 정당화시켜줄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만약 장세의 증언이 없다면 노질부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으로 뒤바뀔 공산이 매우 컸다. 무력은 마구 소리를 질렀지만 생각 뿐 입 밖으로 나오질 않고 머릿속으로만 맴돌 뿐이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다시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력은 고개를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돌렸다. 보니 철제투구와 비늘갑옷을 착용한 건장한 사내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황우군 군사가 틀림없다 여긴 무력은 안도하며 손을 뻗어 다가서고 있는 사내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

"어···어서 나를 일으켜라! 저 놈들을 막아야 하느니라."

무력이 사력을 다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무력은 다급했다. 장세를 끌고 가던 황우군 군사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무력을 향해 다가오던 황우군 군사는 무력이 내미는 손을 잡는 대신 허리에 차고 있던 둥근고리자루칼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

무력은 깜짝 놀라며 다가선 황우군 군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투구 아래 보이는 두 눈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어느 새 그의 오른 손에는 칼집에서 뽑혀진 칼이 쥐어져 있었다.

"웨···웬 놈이냐."

위협을 느낀 무력이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힘겹게 물었다.

"주공의 목과 네 놈의 목을 가지러 왔느니라!"

무력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는 그제야 지금 자신의 목을 치기 위해 눈앞에서 칼을 높이 쳐들고 있는 자가 황우군 군사가 아니라 노질부의 심복부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력의 추측대로 그는 노질부 휘하 사병을 총괄 지휘하던 염자였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을 느낀 무력은 급히 오른 쪽을 살폈다. 조금 전까지 쥐고 있던 칼을 찾기 위해서였다. 마침 칼은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았다.

'칼을 들어야 한다.'

무력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았다. 곧 염자가 칼을 힘껏 휘둘렀다. 무력은 최후라 직감하고 담담하게 염자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죽어서라도 자신의 목을 친 이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염자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곧 떨어질 무력의 목을 취할 생각으로 가벼운 희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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