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의도하지 않은 술자리

눈꺼풀은 천근만근이고

오장육보는 제멋대로 헝클어졌다

게으름피우는 몸뚱이를 추슬러

어둠이 머뭇거리는 약수터를 오른다

막 눈을 뜬 산새들 수런거림으로

뒷동산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쁜 숨 물아쉬며 오르다보니

나뭇잎 사이사이에서

따스한 햇볕 조각들이 떨어진다

약수 한 모금이 식도를 넘으며

아직 몸속에 뒹굴고 있는

알코올의 찌꺼지를 씻어내고

몽롱했던 머릿속이 오와 열을 맞춘다

체력은 하루하루가 다르지만

열정만큼은 아직도 청춘

빈곤한 사유(思惟)의 가슴에

채곡하게 들어선 자만을 털어내고

늘어진 나의 일상을 곧추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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