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피해!"

보다 못한 무력이 다급하게 소리를 치며 그 군사를 껴안고 바로 옆에 쓰러져 허우적거리고 있던 말 뒤로 쓰러졌다. 아슬아슬하게 바윗덩어리가 쓰러진 두 사람 머리 위로 지나쳐갔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돌덩어리가 두 사람이 몸을 숨기고 있던 말의 몸통 위로 떨어져 내렸다.

"퍽!"

"힝!"

끔찍하리만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말의 몸통이 땅바닥에 떨어져 으깨진 수박처럼 터져버렸다. 피와 살점 그리고 내장조각 따위가 무력의 얼굴로 쏟아졌다.

"악!"

자신도 모르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력은 얼굴에 강한 고통을 느꼈다. 급히 손을 가져가 얼굴을 더듬었다. 뺨 언저리에서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 바윗덩어리에 의해 박살난 말의 뼛조각 중 하나가 얼굴에 박힌 것이다. 그러나 무력은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전방을 살폈다. 그때 또 다른 바윗덩어리 하나가 무력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놀란 무력이 몸을 틀어 피하려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간발의 차이를 두고 쏟아져 들어온 돌덩어리 하나가 그의 복부를 강하게 때렸다. 몸 통 속에 간직하고 있던 공기가 그대로 신음 소리와 함께 밖으로 터져 나왔다.

"윽!"

곧 묵직한 충격과 함께 무력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반대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던 거대한 바윗덩어리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다. 튕겨져 나가던 무력의 몸은 근처 억새풀 숲 위로 떨어졌다. 동시에 뒤이어 밀어닥친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무성한 억새들을 베어내며 무력의 몸 위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바윗덩어리에 쓸린 바람이 쓰러진 무력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으!"

강한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지듯 흘러나왔다. 무력은 살기 위해서는 몸을 일으켜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일어나야해!'

몇 차례 시도 끝에 겨우 상체를 일으킨 무력은 몸을 숨길 엄폐물을 찾아 주위를 살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언제 떨어져 내린지 모를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보였다. 엄폐물을 찾은 무력은 사력을 다해 바윗덩어리 쪽으로 기어갔다. 곧 강렬한 통증이 밀어닥쳤다. 그 와중에도 바윗덩어리들은 사정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 해!'

겨우 몸을 숨긴 무력은 정신이 급격히 혼미해지고 있었다. 무력은 바윗덩어리의 습격 이후에 그 습격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확신했다. 만약 지금 정신을 잃는다면 이미 목숨을 잃은 것과 진배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한 고통과 함께 무력의 정신은 더욱 혼미해지고 있었다. 자신이 피한 바윗덩어리에 또 다른 바윗덩어리가 와서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더 아득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무력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더 이상 바윗덩어리들이 굴러 떨어져 내려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부상을 당한 군사들과 말들이 내지르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겨우 눈을 뜬 무력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비늘갑옷을 입은 군사 두 명이 축 늘어진 동료하나를 끌고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축 늘어진 채 끌려가는 군사의 얼굴이 어딘가 눈에 익었다. 바로 자신이 봉우군 군사로 위장시킨 장세였다.

'저 놈은 장세? 안 돼! 무엇을 하느냐! 저 놈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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