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휴 전시작가 인터뷰] 중견 작가 릴레이 인터뷰 ①

봄의 설레임을 안고 3월 중견작가 초대 '봄'특별컬렉션 전으로 왕성한 작가활동을 펼치고 있는 13명의 중견 작가들이 갤러리휴에 봄 선물을 가득 안고 찾아왔다. 경남과 부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양화가들의 작품이 전시와 함께 착한 가격에 판매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중견 13인의 작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예술이 담긴 인생 이야기를 릴레이 인터뷰로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이들 중 먼저 임봉재·김우연 작가가 그림에 매료된 스토리를 올려 본다.


■ 임봉재 화가 "표현욕구의 수단이 된 그림이 즐겁고 미술이 좋았다"
임봉재 화가(66)는 "미술은 내 표현욕구의 수단이었다. 그림이 즐거웠고 미술이 좋았다. 그렇게 처음에는 자기만족과 자기 위안의 수준이었다"며 "그러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직접 창작 생활에 뛰어들고 싶다는 마음이 점차 생겼다. 그러면서 나에게 있어 미술은 단순히 유희적인 행위를 넘어서게 됐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미술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배경을 말했다.

임 화가는 계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여 "사유 연작을 통한 현대인의 내면성 표현에 관한 연구" 논문과 1500호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고 졸업했다.

예술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과 작품을 연구하기 위해 영남대학교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서 미술사의 흐름과 미의 철학인 미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은 임 화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있는 작품으로 도심의 밤 풍경을 재해석한 '도시풍경(cityscape)'이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을 고민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독창적인 기법을 찾은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이라 했다. 이러한 기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한 이 작품이 조금 더 각별한 이유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자신에게 있어 희열을 안겨 주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판을 긁어낼 때의 저항적인 소리와 거친 마찰에서 오는 진동과 제스쳐가 자신에게는 일종의 생명력처럼 느껴진다고 작품을 표현했다.

그림을 그리기 앞서 그에게 그림의 영감은 찾아온다기보다 '발견'한다. 여행이나 산책 중 어떠한 물질이나 형태를 마주했을 때, 그것의 기능적 의미를 배제시킨 채,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기도 해 본다.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컨셉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다. 늘 일정하지 않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 비우기도 하며, 반대로 감각을 열고 다양한 것들을 담아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미지들이나 아이디어들이 뒤섞인 가운데서 하나의 맥락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생각으로 뻗쳐 나간다고 한다.

그는 방향을 정해두고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도전하는 수 밖에 없고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기부정의 연속이다. 이 과정이 고통스럽고 두려울 수 있지만, 직면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한층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봉재 화가는 올해 3월 일본교토에서 전시를 마쳤고 5월은 영국런던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10월은 프랑스에서 한 달간 레지던스에서 작업과 개인전, 그 외 국내에서 개인전과 각 그룹에 속해 있는 단체전을 할 예정이다.

임 화가는 "낭만이 있는 예술의 플랫폼 갤러리휴는 부담 없이 차 한잔을 즐기며 전시를 쉴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돼 있다"며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감성과 바쁜 일상에 지쳐있는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공간이자 작가의 감성과 아이디어를 표현한 조형 언어를 감상하기 좋은 말 그대로 힐링의 전시장이라 생각한다"고 갤러리휴 전시 소감을 전했다.

한편 임 화가는 그동안 국내·외서 개인전 및 초대전 32회 개인부스전 15회 등 다양한 수상 이력을 갖춘 가운데 여러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장 및 심사위원과 (사)한국미술협회이사와 (사)한국미술협회 지역미술활성화위원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사)경남환경미술협회 회장 (사)경남미술협회 서양화2분과 위원장과 한국현대예술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 김우연 화가 "그림이 좋아 지금까지 왔다. 다른 건 상상해 본 적 없다"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김우연 작가(59세)는 30여 년째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작가는 진주 진양고등학교에서 당시 미술부 선생님과 함께 그림을 그리다 자연스레 그림의 길에 들어오게 되면서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특기생으로 경남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를 전공해 그 이후 김 작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졸업부터 지금까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단지 그림이 좋아 그리게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 다른 직업은 할 자신도,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을 당당히 밝혔다.

김 화가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밖에서 스케치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에는 들과 산의 풍경들을 주로 그렸지만 욕지도와 매물도, 제주도 등 섬에서 바라본 바다의 색상에 매료돼 어느 순간 남태평양 푸른빛 바다와 닮은 한국의 바다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는 "사람들은 우울함과 갑갑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바다나 하늘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바다나 하늘이 주는 시원한 느낌을 가까운 곳에서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었다"고 이번 바다이야기 작품을 설명했다.

바다의 그림을 줄곧 그려오다 보니 그만의 예술 상징이 돼 일각에서는 바다 풍경 작품은 김우연 작가가 떠올려진다는 정평이 더러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한 '바다이야기'는 잔잔한 바다와 물결을 자연스럽고 섬세한 작업을 위해 칼을 활용했고 주위 풍경들은 붓으로 표현했다.

김 작가는 주로 자연이 주는 이미지가 편안함으로 크게 와닿아 그중에서도 산과 들, 바다 등이 이끌리는 소재가 됐는데 앞으로는 하늘을 소재로 여백의 미를 대중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김우연 화가는 "그림에 더 깊게 다가가 작가로서 작품에 집중해 대중에 자주 작품을 선보여 대중과 그림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평범한 꿈을 전했다.

한편 서울, 창원, 프랑스, 진주, 사천 등 여러 지역에서 한·일국제교류전, 갤러리진심1949 개관전, 한성백제송파미술제, 코사서스 향기에 빠지다 전, 프랑스 몽플뢰르 초대전, 진주 Art Forum아름다운 동향전 등 개인전과 전시회에 참가했다. 진주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우연 작가는 대한민국 공모대전 운영위원장, 개천미술대상전 운영위원장, 이성자미술관 운영위원장 등의 자리를 맡으며 미술계 발전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또한 미술 단체를 통한 노력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경남도 미술대전 대상, 한국미술협회 공로상, 진주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미술협회 진주지부장을 역임할 당시 공모전 유치 등 진주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지원을 위해 앞장 섰다.

■ 윤병성 작가 "동경의 대상이 꿈과 희망이 되고 그림이 됐다"
윤병성 화가(65)는 초등학교 시절 서예를 잘 한다는 칭찬도 받고 함안군 학예 대회에도 나가면서 글씨로 표현하는 그림을 처음 접했고 중학교 때 미술 교사로 부임한 故 이응조 선생님을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서울대학교 미대를 졸업하고 함안 시골중학교에서 미술반을 만들어 방과 후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함안군 학예 발표 대회와 경남도 학예 발표 대회에도 참가했던 적이 있었다.

이어 고등학교 미술반 활동과 대학에서는 공업디자인을 전공해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과 오늘날 화가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윤 화가가 근무하던 회사 대한항공 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님의 배려가 있었다고 했다. 1984년 노동부가 주최한 '노동문화제'에 작품을 출품해 수상하여 청와대 오찬에 참석 후 회장님이 그룹 회장실로 불러 회사에서 그림만 할 수 있게 작업실과 화구 및 재료를 제공해 줬다. 이러한 덕분에 프랑스 및 미주지역 미술관 시찰 기회와 회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려 부산미술대전 특선, 경상남도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최고상(경상남도지사 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윤병성 작가가 그리는 소재는 '배(船)'와 '거대한 항공기' 그리고 '종이비행기', '석류', '모과' 등은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를 보내고 그 후 고향을 떠나 제일 먼저 접한 곳이 부산의 거대한 선박들이 오가는 바닷가였다고 한다.

학교를 마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항공회사에 근무하면서 접하는 거대한 항공기와 학창 시절의 대형 선박들은 항상 자신에게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무한한 꿈과 희망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동경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따라서 비행기와 배에 관련된 작품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했다.

그래서 윤 작가가 작품에서 즐겨 다루고 있는 소재는 주로 자신이 살아온 주변 환경과 생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고 한다. 특히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작가들은 주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눈에 보이는 사실을 재현하는 까닭에 일상적으로 보고 느끼는 주변의 상황에 무심할 수 없다고 한다.

갤러리휴에 전시한 '자연+행복'은 "우리는 자연(自然)이란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다. 자연에 대비되는 말로 인공, 인위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나의 작품 속 소재들은 자연의 순리를 배반하지 않는다. 봄이 되면 싹이 트고 꽃을 피우며 가을에는 결실의 열매로 풍요로움과 행복을 준다. 그림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마음의 행복이 진정한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라고 작가노트를 통해 작품을 표현했다.

윤병성 작가가 즐겨 그리는 것 중에 하나는 정물이다. 그가 그리는 정물 소재로 한 작품 속에는 행복을 상징하는 붉게 잘 익은 석류가 자주 등장한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시골집 입구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어 매년 추석이면 탐스럽게 익어 서로 따먹겠다고 싸우곤 했었다고. 윤 작가가 그리는 작품 속 석류는 익으면 벌어져 붉은 알맹이를 보인다. 그러나 혼돈의 현대사회를 바라볼 때, 우리 사회인들은 여물고 익기도 전에 속마음을 보이고 자연의 순리를 배반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하게 된다고 석류의 내면을 표현했다.

그는 앞으로도 나의 주변 환경과 일상생활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과 기억에 연관된 작품의 소재에 담겨있는 인간의 꿈, 희망과 행복을 기원하는 이미지는 이 시대가 갈망하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

윤 작가는 "주변 환경과 일상생활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자연과 행복이란 주제로 작품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올해 가을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공모한 2024년 지역문화 예술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돼 전시 비용을 보조받아 '자연+행복'을 주제로 10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번 갤러리휴 전시 소감으로 그는 "경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들을 부?울?경 중심도시 양산 갤러리휴 '봄 특별컬렉션 전'에 초대해 주신 윤규현 양산신문사 대표, 최현미 관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전시 주제인 '봄 특별컬렉션 전'은 새봄을 선물하는 것이다. 봄은 자연의 부활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듯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봄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활력을 얻길 바란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윤병성 작가는 서울, 창원, 마산, 진해, 김해 등 전국을 넘어 일본, 중국, 터키, 멕시코 등 국제전에도 무수히 참여한 가운데 다수의 수상 기록이 있다. 현재는 (재)김해문화재단 이사, 김해환경미술협회 자문위원, GH국제미술교류협회 회장, (사)한국미술협회 김해미술지회·경남구상작가협회 회장 역임, 김해환경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발한 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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