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숱한 말들과 다양한 공약이 난무하는 혼탁한 축제다. 그래도 선거를'민주주의의 축제'라 부르는 이유는 선거제도가 민주적 방식으로 지도자를 뽑는데 가장 합리적 제도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지금 전국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말과 공약들이 마치 축제날에 차려진 산해진미처럼 풍성하다 해서 붙여진 의미이기도 하다. 축제날 음식도 너무 과하면 버리게 된다. 선거철의 막말과 지나친 공약이 넘쳐나 과히 홍수 수준이다. 지역발전과 유권자를 위한다지만 되레 결례고 짜증거리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공약들을 보면 안되는 게 없고, 안될게 하나도 없다. 치밀한 사전연구와 재원조달 방안도 없고 당선만을 위해 일단 내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공약대로만 다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그 결과는'아니올시다'이다. 실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23년 말 기준으로 분석한 21대 지역 국회의원 251명의 평균 공약 완성율은 51.83%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중 이행율이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이르는 의원수도 적지 않다. 대안 없이 내뱉는 후보들의 무차별한 공약(公約) 같은 공약(空約)들을 잘 살펴 현혹되지 말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 부울경의 후보들이 쏟아내는 수백 개의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정구와 양산 경계지점에 KTX역사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이다. 애초부터 이곳은 부산역과 울산역사의 중간지점으로 KTX역사가 설치됐어야 했다. 이곳에 KTX역사가 들어서면 부산 금정, 동래, 수영, 해운대, 기장, 양산, 김해지역 주변 지자체 150만 시민들의 KTX 이용이 훨씬 편해진다. 사실 이곳은 부산역~울산역의 중간지점으로 20년 전 KTX 개통 때 반드시 설치됐어야 하나, 힘의 논리와 부산시의 무관심으로 그러지를 못했다. 그러기를 20년이 된 지금, 이웃 양산지역 일꾼들의 선거공약을 통해 뒤늦게 유치경쟁이 불붙은 것이다. 어쨌거나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더 다행인 것은 양산갑을 윤영석ㆍ김두관 의원은 물금역 KTX 정차역 유치경험이 있어 더 잘할 거란 믿음이 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새로운 후보인 김태호ㆍ이재영 후보와 주변의 금정, 기장, 울주군 여야 후보들까지 공동추진공약에 나서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여야후보 모두가 공약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고 낙선되든 상관없다. 가능하면 힘 있는 집권당 후보가 되면 좋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공약이기에'속는 셈치고'믿는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역사의 유치는 양산보다 금정구가 더 절실하고 간절하다. 하지만, 금정의 무능한 일꾼들 탓에 이웃 양산지역 일꾼들의 덕을 보게 됐다. 과거 부산시와 금정구는 KTX 종점인 부산역사만 인식했을 뿐 금정, 동래, 기장, 양산지역 주변 주민들의 부산역 이용에 따른 시간낭비 등 불편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2018년 12월 양산시의회가 부산역~울산역간 51.7km중 울산기점 27.5km 중간지점인 금정구 노포동과 선두구동 일대에 KTX 금정역사 설치 건의안을 채택했다. 1년 후 금정구의회와 기장군의회도 중간역사 설치건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무산됐다. 2023년 말 양산시가 무려 13년간에 걸쳐 KTX 물금역 정차를 이끌어낸 것처럼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한 채 허지 부지 되고 만 것이다. 그간 금정구 국회의원은 뭘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구민들도 늘 말뿐이었다. 매년 인구가 줄고 상수원보호구역과 그린벨트가 금정구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중족쇄를 해제하면서 금정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산고속버스터미널과 지하철 노포역을 KTX역사와 초역세권으로 묶여 발전시키는 길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여야총선 후보들의 KTX역사 유치공약은 주변 지자체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선의 가장 힘 있는 후보들이 동시에 쏘아 올린 공약이라 당선만을 위해 말잔치에 그친 헛공약이 안 되길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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