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즘 그리고 100년을 앞선 민화

20세기초 피카소와 브라크에 의해 창시된 입체주의(큐비즘)회화는 전통적인 원근법과 명암법을 해체하고 3차원적인 시각을 통해 시점을 복수화하여 평면에 재구성한 방식의 그림이다.

입체주의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예술 운동의 하나로 유럽의 회화를 르네상스 이래 사실주의적 전통에서 해방시킨 '회화의 혁명'으로 지칭된다.

입체주의 회화의 미학적 가치는 '대상을 분해해서 재구성'했다는 지적인 인식이 아니라, 기존 원근법과 명암법에 대한 파격과 거기서 오는 유희에 있다고 본다.

큐비즘의 파격과 유희는 한국의 전통 민화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연대를 따져본다면 19세기 이전부터 그려진 민화가 100년을 훨씬 앞서 있다.

특히 책거리의 기하학 추상적 원근법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정물화와 매우 닮아있다. 또한 시점을 복수화한 입체적 인물 표현도 마찬가지다.

기발한 창의와 유희가 예술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라 한다면 한국의 민화는 그것에 매우 적합한 예술적 가치가 높은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화의 예술적 가치를 이미 알았던 야나기 무네요시의 글을 또 한번 인용해본다

"원근법에 기초하면서도 원근법을 무시하는 조선의 민화는 모든 지식을 무력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그림이다. 합리성의 궁색에서 해방되고 한계를 정할 수 없는 자유가 있으면서 진실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그림이어서 불가사의 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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