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쇠애액!"

최초 도달한 바윗덩어리들이 사나운 바람소리를 내며 군사들과 행인들의 위를 지나 아래로 쏜살같이 굴러 떨어져 내렸다. 바윗덩어리가 지면에 닿을 때마다 가공스런 충격음이 지면을 온통 흔들어댔다. 놀란 군사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그것을 간신히 첫 번째 바윗덩어리를 피했다. 그러나 뒤이어 사람 몸집만큼이나 큰 수십 개의 돌덩어리들이 이미 지나간 바윗덩어리를 따라 마치 어부가 던진 투망처럼 공중으로 퍼진 채 군사들을 향해 그대로 밀어닥쳤다.

"퍽! 퍽!"

"으악!"

날카로운 단면을 가진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들은 사정없이 군사들과 행인들의 머리와 뼈를 바쉈다. 군사들이 걸친 비늘갑옷과 철제투구는 육중한 무게와 강력한 운동에너지로 무장한 바윗덩어리에 사정없이 찢겨져 나갔다. 사방에서 군사들이 바람에 날린 종잇장처럼 튕겨져 나갔다.

"말에서 내려 엎드려라!"

무력이 재빨리 말에서 내려서며 외쳤다. 그러나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미 절반에 가까운 군사들이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 바윗덩어리에 치여 중상 또는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붉은 피가 길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때 어른 머리통만한 돌덩어리가 하나가 쇠액하는 바람소리를 내뿜으며 무력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급히 칼을 뽑아든 무력은 곁에 있던 오추마의 엉덩이를 칼등으로 때려 서둘러 길 아래로 쫓아 버렸다. 겁에 질린 오추마는 미친 듯이 길 아래로 달려갔다. 무력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칼을 두 손으로 단단히 고쳐 잡았다. 그리곤 온 신경을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커다란 돌덩어리에 집중시켰다.

'이쪽이다!'

끈질기게 굴러 떨어져 내리는 돌덩어리의 방향을 살피던 무력이 한 쪽 다리를 옆으로 빼내 몸통을 비틀면서 칼을 휘둘렀다. 무력이 온 힘을 다해 내리친 칼에 맞은 돌덩어리 표면에서 새빨간 불꽃이 사정없이 튀었다. 덕분에 무력의 가슴을 강타하기 일보직전이었던 돌덩어리의 진로가 살짝 옆으로 틀어졌다. 대신 무력이 입고 있던 포의 앞부분이 돌덩어리의 날카로운 단면에 걸려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무력은 또 다른 돌덩어리의 공격에 대비해 다시 고개를 정면에 고정시킨 채 칼을 단단히 잡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곧 시야에 조금 전 피했던 것 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 바윗덩어리 대 여섯 개가 굴러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무력은 잔뜩 긴장한 채 바윗덩어리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때 그 중 하나가 무력의 바로 옆에 서 있던 군사를 향해 굴러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군사의 머리통이 박살날 것만 같았다. 막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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