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의 일이다. 당시 엄청난 갑부가 있었는데,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많은 재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차, 우연한 기회에 어느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 이후 갑부는 수천 평의 망고 동산을 갈아엎은 뒤에 그곳에 큰 수도원을 짓기로 하였다. 수도원이 완성되고, 수많은 스님들이 드나들었다.

점차 수도원 규모가 커지자, 갑부는 수도원 책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마침 적격한 책임자로 수담마 비구를 모셔서 상주토록 했다. 오늘날로 치면, 사찰의 '주지'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갑부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제자인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를 모셔서 공양 올리고, 법문을 들었다. 사리불과 목련은 당시 부처님의 대표 제자이며, 여러 승려들의 모범 수행자들이었다. 이렇게 갑부는 사리불과 목련에게 공양 올리면서 수도원의 주지인 수담마 스님에게도 함께 공양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수담마 스님은 이런 상황을 몹시 불쾌하게 생각했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내가 책임을 맡고 있는 수도원에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두 비구를 초청한 겁니까? 나는 저 비구들과 함께 공양하지 않겠소."

수담마 스님은 화를 참지 못하고, 수도원을 떠나버렸다. 그는 부처님께 찾아가 하소연했는데, 오히려 부처님께서는 그를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찌하여 신심 있게 보시하려는 불자의 뜻을 저버리는가? 그대의 행동은 수행자 답지 않다. 훌륭한 수행자는 '여기는 내 소유 건물이다.', '여기는 내 맘대로 운영된다.', '이 사람은 내 신자다.' 등등에 집착하거나 소유욕을 갖지 않는다. 또 교만심과 질투심을 내어서도 안된다. 어서 가서 그 불자에게 사과하여라."

이 이야기는 빨리 법구경 #74번의 이야기다. 이 내용을 보면서 '2500년 전 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인간의 어리석음은 똑같구나!'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경우는 가정ㆍ학교ㆍ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종종 가정에서도 자식과 배우자가 내 소유이니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들이 있다. 또한 회사에서 오너들도 이런 경우가 있을 거라고 본다. 필자는 대학 강사를 하면서 종종 느꼈던 현실이다. 자신의 권위와 위치를 내세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사고는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 한번 생각해 보자. 가장도 배우자와 자녀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회사도 고용인이 있기 때문에 그 회사가 운영된다. 그 반대로 고용주의 노력과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고용인도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등산가들의 미담이 종종 뉴스로 나온다. 등산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가상하다. 하지만 수백여 명, 혹은 수십여 명의 셰르파[그 지역 현지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한 마디로 이 세상은 '자신만이 최고라는 그 아만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서로 서로의 도움이 작용하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자신이 가장으로서나 혹은 오너로서 일이 맘대로 되지 않은 때, 상대를 탓할 것이 아니다. 자신의 위치만을 믿고, 무소불위의 힘을 내세우려고 한다면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공동운명체는 더불어 함께 함으로써 그리고 상대를 존중함으로써 굴러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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