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수레의 주인들은 어디에 있느냐?"

무력이 뒤집힌 수레를 바로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던 군사들을 향해 물었다.

"어라? 조금 전까지 옆에 있었는데."

무력은 말에서 내려 수레에서 쏟아진 자루들을 살폈다. 자루 속에는 쌀겨뿐이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장군! 이건 우리 행렬을 멈추게 하려는 술수가 분명합니다!"

무력이 곁에 있던 장군 지수를 향해 외치듯 말했다.

"수레를 빨리 치워라! 속히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장군 지수가 부하들에게 다급하게 명령했다. 무력도 군사들과 합세해 뒤집힌 수레를 바로 세워 길옆으로 치워버렸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여길 벗어나야합니다."

무력이 다시 말에 오르며 소리쳤다. 그런데 그때였다.

"쿵!쿵!"

고개 위쪽에서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를 방불케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무력이 말을 멈추고 재빨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살폈다.

"!"

무력이 멈춰서 있던 경사도 급한 산비탈을 온통 뒤덮고 있던 드넓은 너덜겅 위로 어른 몸통만한 바윗덩어리들이 사나운 기세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떨어지는 바위들 틈 사이로 너덜겅 정상 부근에서 지렛대를 이용해 바위를 아래로 밀어내고 있는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조금 전 봤던 억새를 베던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확실한 매복공격이었다. 무력은 당황했다.

"매복이다! 엄폐하라!"

무력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놀란 군사들과 행인들은 사나운 기세로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는 바윗덩어리를 쳐다보며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길 안쪽으로 붙어라! 어서!"

그나마 장군 지수가 바윗덩어리가 굴러 떨어져 내리지 않는 쪽으로 부하들을 피신시키려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쿵! 쿵! 쿵!"

근 수백kg에 이르는 육중한 무게에다 가속도까지 붙은 바윗덩어리들은 가공할만한 위력으로 무력과 황우군 군사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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