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에 대해 국제문화도시라는 수식어 불리고 있고, 지난해 문화관광도시 상도 받았다. 겉으로 치장은 잘 되어 있지만, 알맹이를 보면 이러한 표현은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로 양산시는 인구 50만 자족도시를 바라보지만, 예산과 처우에 관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볼멘 목소리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예로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은 지하 1층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곳에 있다. 전시를 개최하는 몇몇 작가들은 "구석에 처박혀 있다"고 까지 표현한다. 어쩌면 문화예술인들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이 양산 문화의 현주소로 여길 수도 있다.

이외에도 과거 경남도 서예 전시회가 양산에서 처음 열린 적 있었는데, 당시 크고 작은 현대서예 및 민화 180여 점을 전시할 곳이 없어서 종합운동장 복도에서 열렸었다. 이는 작가들의 성장 및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추후 미개최로 인해 시민들의 전시 관람 선택권조차 없어질 수 있는 열악한 환경이다.

일각의 문화예술인들은 말한다 "양산시는 10분 남짓 노래 부르는 가수에게 수천만 원을 태우지만, 양산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노력과 예산은 부족하다"고 말이다.

지난해 낙동강협의체의 낙동강권역 문화·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공동 발전의 염원을 담은 '황산리버사이드콘서트'가 열렸다. 이 행사의 첫 공연에는 인기가수 '10cm'가 무대에 올랐지만, 무대가 끝나자 과장을 보태 관람객 ⅓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행사장을 이탈했다. 이 상황을 보고 있으면 수천만 원으로 불러들인 인기가수를 보기 위해 찾은 방문객 수가 객관적인 성공의 척도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연예인들을 쉽게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인기 가수 섭외가 크게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인파가 몰려 발생하는 흥겨운 분위기와 단발성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 한다. 문제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느끼는 불균형과 소외감일 것이다. 한편으로 시민들의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져 갈 텐데, 언제까지 더욱 인기 있고 출연료가 비싼 연예인을 섭외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추후 문화예술의전당이 건립됐을 때 관람객 동원 및 문화 수요를 충족 시킬 수 있을지, 양질의 콘텐츠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보편적 문화복지와 공정한 예술인 지원 체계 확립 등의 역할, 그리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문화재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관의 보조금 지원 중심 문화정책이 아닌, 민이 주도하는 체계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총 133곳에 문화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경남에서도 창원, 김해, 거제, 사천, 밀양, 거창, 통영, 남해, 진주 총 9개의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다. 양산시의 위상을 고려하면 문화 시스템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동연 시장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염원하는 문화재단 출범 등 문화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또한 양산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사업에 신청조차 못했고, 문화 관련 조례 수는 경남도에서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행정과 정치권의 행보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불만과 실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2월 8일 많은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갤러리휴에 모여 한 단체를 결성했다. 이 단체는 문화예술인들의 결속력을 높여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을 제공하고,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로서 양산의 문화 발전을 꾀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는 3월 26일 총선후보 4인과 문화예술인들의 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는 앞서 전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로 꾸려진 단체 '양산의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관하고, 양산신문이 주최한다.

표를 쫓아 왔을 수도 있지만, 양산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만을 듣기 위해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한데 모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시간으로 인해 생겨나는 큰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유의미한 시간으로 만들어 양산문화의 변곡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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